『 나는 야한여자가 좋다 』

전화를 받았다. 홍준표 의원이 "(특검법)재의결에 찬성키로 당론을 정한 민주당과 자민련의 의석은 각각 60석과 10석으로 우리당의 149석을 합치면 219석인 만큼 일부 이탈이 있어도 200석이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두고, '(열린)우리당'의 의석이 어떻게 149석이나 되느냐는 항의전화였다.

물론 홍 의원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것을 깜빡한 독자분의 착각이 원인이긴 했지만, '우리당'을 '우리 당'으로 띄어 썼더라면 독자께서 덜 헷갈렸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았다.

나는 야한여자가좋다.

띄어쓰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에 오르내리는 문장이다. 원래 마광수의 책 이름은 『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는 도발적인 것이지만 잘못 띄어 쓰면 『 나는야 한 여자가 좋다 』는 순정파의 이야기가 돼 버린다는 것.

'…서구청 직원들은 송도해안에서/
만 2천t의 쓰레기를 거뒀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뒤 이런 글이 교열팀에 넘어왔다. 붙여 써야 하는 토씨 '에서만'이 줄이 바뀌는 바람에 '에서'와 '만'으로 떨어진 것인데도 '만'을 '萬'으로 착각한 필자는 교열원칙에 따라 '만' 앞에 '1'을 집어넣었다(신문에서는 보통 '천만 명'이나 '백 원'이라고 하지 않고 '1천만 명, 1백 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사는 '송도해안에서/1만 2천t의 쓰레기를 거뒀다'로 나가버렸다. 뒤늦게 착각한 것을 알고 다시 '2천t'으로 고치긴 했지만 이미 일부 신문은 '1만2천t'으로 나간뒤였다.

이런 예에 비하면 '휴가를 맞은 부시 대통령 부자父子는 크로퍼드 목장에서 첫날밤을 보냈다'라는 문장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