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파 놓고 고기 뛰는 모습 보면서...

세지면 벽산리(碧山理) 산계(山溪)마을에는 관약재(觀躍齋)를 비롯하여 벽류정(碧流亭), 산계정(山溪亭), 영모정(永慕亭) 등 누정이 많이 산재하여 있다. 도지정문화재인 벽류정만이 관리가 되어 있을 뿐 관약재를 비롯한 나머지 누정은 폐허가 되어 귀신이 나올 정도이다.

이 마을에 위치한 누정 가운데 유일하게 연못이 있는 곳이 관약재이다.

관약재를 건립하여 자신의 호(號)를 관약재로 삼은 김사국(金思國)은 관약재 건물 앞에 정지(亭池, 누정의 연못)를 파서 고기를 기르며, 고기가 뛰는 모습을 보고 즐기면서 군자(君子)의 덕(德)을 쌓고자 하였다.

그가 남기 누정제영에 그 뜻이 담겨져 있다.

一曲方塘半畝深 (일곡방당반무심)
靑草州邊跡雨際 (청초주변적우제)
便得神機同活發 (편득신기동활발)
萬里昭然無不著 (말리소연무불저)

觀魚終日傍雲林 (관어종일방운임)
紅蓮花下夕陽陰 (홍연화하석양음)
或撓歌扇引淸昑 (혹요가선인청금)
飛鳶又在上天心 (비연우재상천심)

하루 종일 고기를 관찰하면서 주위의 구름과 숲을 보고, 연못에 핀 붉은 연화를 보면서 노래를 즐기는 풍류를 엿볼 수 있다.
김영한(金寗漢)이 쓴 관약재중수기(觀躍齋重修記)에 김사국의 풍류를 지적한 구절이 있다.

予觀夫魚之在水 (여관부어지재수)
樂極則必躍     (약극즉필약)
盖是天機之自動也(개시천기지자동야)

김영한이 보건대 고기가 물에서 놀고 즐거움을 다하면 반드시 기뻐 뛰나니, 생각건대 이는 天機自動이라 함은, 바로 김사국의 이 같은 뜻을 지적한 것이다. 『詩經(시경)』에 魚躍鳶飛(물고기가 뛰어오르니 이에 놀란 솔개가 날아오른다는 의미)의 자연스런 도를 터득하고자 한 군자의 상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그의 외손(外孫)인 신병용(愼炳鏞)은 ‘謹呈觀躍齋韻幷小序(근정관약재운병소서)’에서 김사국의 생전(生前)을 회상하면서 제영을 썼다.
 
嘗於堂前 (상어당전)
鑿池養魚 (착지양어)
靜心觀之 (정심관지)
細推鳶魚之理(세추연어지리)
自號曰觀躍齋(자호왈관약재)

신병용의 글에 의하면 그는 어려서부터 김사국을 자주 보았는데, 뵈올 때의 모습을 상상하여 이르되, 자품(姿?)이 순수하고 천성적인 효제지심(孝悌之心)이 있고, 필법(筆法)이 뛰어나고 한거수정(閑居守靜)하며 좌우에 서책을 쌓아두고 선현들이 밝히지 못한 바를 궁구하였다고 하였다.

비록 외할아버지에 대한 찬양이라 할망정 김사국이 어느 정도 수정(守靜)을 원하여 덕을 찾는 양한(養閑)에 깊은 뜻이 있었던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신병용이 김사국의 관약재원운을 좇아 근정(謹呈)한 관약제제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물속의 고기 수시로 뛰어나니, 관약재에 담긴 뜻 문득 깨닫게 한다.
춘란(春蘭) 추국(秋菊)은 봄 가을의 청경(晴景)이요, 綠柳 紅桃는 무성하여 더욱 짙다. 
만물의 이치 정관(靜觀)하고 보면 모두 자연스런 도(道)의 작용임에 누정의 가운(佳韻)도 사람의 흥(興)이로다.

生生하는 자연의 이치 곳곳에 한가지니, 어느 누가 조물(造物)의 신묘(神妙)한 뜻 터득하리오.  /다음 호에는 관약재③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