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알아야 이해한다 』

사람이 태어나 자라 온 환경을 알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말도 마찬가지다. 아니, 환경을 알면 그 말을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가령 무엇 때문에 '옛부터'가 틀린 말이며, 왜 '예부터'가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은 '옛'과 '예', '부터'의 환경을 알면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즉 '옛'은 관형사이고 '부터'가 조사라는 것을 알면, 그리고 '옛을'이나 '옛과'나 '옛이'처럼 관형사 뒤에는 조사가 붙을 수 없다는 것만 안다면, '옛부터'도 잘못된 말이라는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의존명사'의 환경은 어떤가. 가장 큰 특징은, '의존명사'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스스로 말머리에 서지 못하고 다른 말 밑에서만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존명사가 말의 맨 앞에 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런 말들이 어색한 것이다.

'것도 아니다.' '체도 하지 않으렴.' '수밖에 없었다.' '듯도 하다.'

그런데 이런 것을 잘 알면서도 종종 잘못을 저지르는 때가 있다. 이렇게.

'롯데는 투수력이 약해 수비를 오래 한다. 때문에 공격력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 나는 것이다.'

'때문'도 의존명사이므로 반드시 그 앞에 꾸미는 말(선행 수식어)을 넣어 줘야 한다. '그 때문에'나 '이 때문에'쯤으로.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서야….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