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민참여는 지방자치제의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라 이야기한다.

정보공개나 공청회, 여론조사, 주민투표는 행정비용이 들더라도 지방자치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고, 시민참여는 정책결정과 집행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곳에 적절한 정책이 실행되게끔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시민참여는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

▲ 이재태 팀장

시민참여는 더디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의사를 일일이 찾아 듣다보면 시기를 놓치고 오래 걸린다는 인식으로 거부감이 강하다. 그러나 이것은 시민참여의 부정적 효과라기보다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지방자치제도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시민참여를 명분으로 2000년부터 도입된 주민감사청구제도와 조례제,개정청구제도는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2004년 도입된 주민투표법 역시 주민투표청구권자의 요구수가 많고 여러 금지사항이 붙어서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주민소송제도 역시 소송 이전에 주민감사청구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감사청구대상 사무처리기한도 2년 이내로 제한하는 등 적잖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권장하는 듯하지만 능동적인 시민참여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한다고 강조하지만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넘겨받는 구조는 아직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방자치제가 제 갈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지방자치의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참여는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시민참여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은 환상이다.

다만, 현행 제도아래서 운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활용하고 제도적인 제한들을 변화시켜 나가는 지역의 역량과 그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주시는 민선3기 출범부터 지금까지 줄곧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간다’라는 취지로 공무원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시정의 중요한 축인 시민사회가 시정의 각 분야에 있어서 주도적인 적극적인 자기노력을 다하는 것을 시정의 목표 삼고 있다.

특히 열린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지방재정운영의 투명성,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또한 공약이행 평가단을 구성해서 우리시가 약속했던 것들이 공무원들 내부의 평가가 아니라 시민들의 평가단을 구성해서 약속했던 바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시정 업무 중 중요도가 높고 시민의 관심이 큰 분야에 대한 의무공개 대상 행정정보를 추가 선정해 주기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시정의 투명성 제고와 시민참여행정 확산에 힘쓰고 있다. 각종 제안제도를 통해서 시민들이 시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열린 행정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본위의 참여행정을 안착시키는 일은 지방자치시대가 지향해야 할 자율과 분권, 책임의 자치시스템을 완성해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시민참여가 안착되도록 제도와 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자치단체의 노력과 더불어 제도의 변화를 주도할 시민이 그 중심에 서도록 참여와 행동이 더욱 요구된다. 더디지만 더욱 더 민주적인 방식을 고집해야 한다. 속도와 효율성보다 공공성을 우선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치의 중심이 되고 제도를 바꾸어 나갈 때 지역의 미래 또한 밝다 할 것이다.

이재태(나주시 시민참여센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