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길이 잘못 들면 고치기 힘든 법」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어/띵호와 띵호와 돈이가 없어도 띵호와….

김정구의 노래 <왕서방 연서> 가운데 일부다. 이 노래 때문에 그렇게들 알고 있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는 대개 ‘띵호와’나 ‘띵호아’를 ‘좋다’는 뜻의 중국말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런 뜻을 가진 중국말은 ‘딩하오’다. 글자 그래도 ‘제일이다. 가장 좋다’는 말이다. ‘띵’이 아니라 ‘딩’인 것은 ‘마오쩌뚱, 칭따오’가 아니라 ‘마오쩌둥, 칭다오’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중국어 표기에서 ‘ㄸ'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문에서도 ‘띵호와’나 ‘띵호아’가 자주 보이는 걸 보면 오래 불러 오던 잘못된 습관의 기나긴 생명력을 알 수 있다. 한번 길이 잘못 들면 이렇게 고치기 힘든 법이다.

어느 신문엔 「김두관 특보 스카우터?」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청와대 정무특보로 발탁된 배경을 분석한 기사였는데, 눈길을 끈 것은 제목에 나온 ‘스카우터’라는 말이었다.

아마 편집자는 ‘스카우트’가 사람을 뽑는 일을 가리키므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접미사 ‘-er'를 붙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카우트‘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까지 가리키는 말이므로 ’스카우터‘는 편집자의 착각이었다. ’보이 스카우터, 걸 스카우터‘라고 하지는 않는 것을 생각했더라면….

하기는, 서울공항이 서울에 있는 것으로, 김해공항이 김해시에 있는 것으로, 남원시가 전라남도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신문기사도 가끔 나오는 판이니 이 정도야 병가상사 라고나 할까.

어려워 보이는 외래어 표기지만,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해결 못할 것도 아니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