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여보세요?
그동안 잘 있었니? 음... 난데...
육백만원만 꿔줄래?
.......
수화기가 고민하는 동안
밀물과 썰물이 서너 번 몸을 뒤집고
소곤대는 주판알 소리에 귀는 한참 울상인데
저쪽 동네에서는 핑계거리를 찾았는지
꼴딱... 체면을 삼키고,
응, 그럼... 모두 어렵지...
미안해 ... 다음에 보자...
송화기가 휴... 한숨을 내려놓는다
잠시의 수런거림에
걸음을 멈추고 기울이던 풍경들이
바쁜 척 종종거리고
외줄에 덜컥 걸렸던
눈치 둘이 깨금발로 비켜간다
태양을 향해 헛발질하던 넝쿨이 풀썩 주저앉는다
얼굴 없는 소리만 살아가는 세상
그러나 소리에도 얼굴이 있어
목소리가 낮술처럼 벌게지는 것을
찬물 한 바가지로 식혀낸다

다시 평상심을 되찾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그동안 잘 있었니? 음... 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