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작은 풀꽃의 영혼은 얼마나 아름다우냐
깨금발로 애쓰지 않아도
산골 깊은 시냇물처럼
제 허물까지 환하게 보여주나니

이마에 잔주름은 백일 아기 볼에 퍼지는 햇살
마디 굵고 거친 손은 홀어머니의 눈물
누군가의 발길에 즈려밟혀도
한 올의 앓는 소리 없어라

원망도 투정도 없이 불끈 일어나
홀연히 머문 눈길마다에 손을 흔들고
힘에 부치면, 그저 그만이듯이
이슬처럼 몸을 눕힌다

잠깐 한숨 돌리면
짓이겨진 꽃잎을 추슬러 혀로 핥아 다독이고
웃음과 울음을 버무려 덧난 상처를 덮는다
어느새 상처의 흔적을 지우고

작은 가슴 돋우어 등불 밝힌 꽃길이
뇌성마비에 걸린 철이
뒤뚱거리는 길을 단단하게 잡아주듯
낮게 그리고 멀리 또박또박 걸어간다
작은 풀꽃의 영혼은 얼마나 아름다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