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하얀 그리움이 기다리고 있다
뱃고동소리 구름처럼 떠돌고
신명의 파도가 왁자하게 밀려들던 곳
머리 맞댄 흥정에 손짓발짓 흥겹던 몸짓들이 사라졌다
누가 베어버렸나, 그 왕성하던 갯내음의 혈기를어느 날 갑자기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되고
아무도 길을 묻지 않았다
그 슬픈 무게에, 꺾인 허리가 다시 꺾이고
소리가 하늘에 묶이고, 별들은 길을 지워버렸다
멈추어선 풍경들의 억장 무너지는 신음이
기도, 기도가 되어
날개를 달고 훠이훠이 날아갔다
그리고 홍어가 돌아왔다
백전노장 연어의 피투성이 귀향처럼
참으로 먼 길을 돌아 돌아서
모천의 기도에 의지하여 오롯이 찾아왔다
버선발로 얼싸안으니
홍어는 양손이 묵직한데
나는 아직 빈손이구나
이제, 머리 풀어 옛길을 찾으리
영산강 속비늘에 각인된 파도의 무늬를 깨우리
별들이 다시 돋아나 빛의 길이 열리고
하늘의 소리 사자후처럼 우렁우렁 울려 퍼지리
구수한 땀내음이 뱃전마다 굽이치며
덩실덩실 어울려 살아냈던
영산포 사람들 천년의 흥이 되살아나리라
눈물 글썽이는 기다림이 있는 한 돌아갈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