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 가운데 하나.
성경은 가장 많이 팔린 책들 중의 하나.

초등학생들에게 위의 보기 글이 옳은지 그른지를 물어 보니, 모두 틀렸단다. 아이들도 ‘가장’이라는 말뜻이 ‘첫째, 제일, 으뜸’이므로 ‘～가운데 하나, ～중의 하나’와 결합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좀 배웠다는 사람들 글을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보기술 분야의 기반구조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국 중 하나.
이 모델은 중국에서 팔리는 승용차 중에서 가격이 가장 싼 차 중의 하나.
전남 불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 가운데 하나.

학력이 높을수록 이런 말이 안 되는 표현을 즐기는 것으로 봐선 영어를 잘못 배운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중의 하나’는 전혀 필요 없는 군더더기 표현이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면 그만이고 ‘성경은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하면 된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국’이라고 하면 되고, ‘전남 불회사는 우리나라에서 ○ 번째로 오래된 절’ 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전남 불회사는 아주 오래된 절’이라고 하면 될 것 아닌가. ‘홍익한은 삼학사 중의 한 사람’이라 할 것 없이 ‘홍익한은 삼학사’면 충분하다.

설마 청혼을 하면서 이렇게야 말하겠는가?

“당신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신붓감(혹은 ‘신랑감’) 중의 한 사람이야!”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