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은 재미와 감동이 없다고, 영화에 밀려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는 사람은 황석영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앉은자리에서 《바리데기》를 읽고 나서 한동안 먹먹한 감동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박진감 있는 문장과 사건 전개, 거침없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장면전환은 영화 그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쟁과 테러, 이데올로기와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어 분열된 21세기 지상의 고통과 상처를 온몸으로 앉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여자, 바리. 진정한 이 시대의 거장 황석영은 여린 듯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구원의 여신을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의 머릿글

소설가 공지영도 이 작품을 읽고 “절망을 이길 힘을 보았다. 소설이 언제 끝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타국에서 우리말과 신화를 가지고 분투한 작가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은바 있다.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어 온·오프라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황석영의 4년만의 신작《바리데기》는 출간되기 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번역출간 제의가 들어올 만큼 한국문학을 넘어 세계문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소설이다.

▲ 황석영 장편소설 / 창비 펴냄

《바리데기》는 탈북 소녀인 ‘바리’의 삶에 옛 설화 중에 하나인 바리공주 이야기를 끌어들여 현실과 환상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놓은 소설이다.

청진에서 바리가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 바리가 7번째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에 의해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집에서 키우는 풍산개 흰둥이에 의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버린 아이라고 바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고, 한번 심하게 앓고 난 뒤에는 영혼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이어 중국과 무역을 하던 바리의 외삼촌이 탈북해 남한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이 나면서 그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비운을 맞는다. 가족 모두를 잃게 된 바리는 우여곡절 끝에 중국을 거쳐 영국으로 밀항 한 뒤 파키스탄 출신인 알리를 남편으로 맞아 정착을 하면서 그녀의 삶이 전개되어 진다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줄거리이다.

이 소설은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굶주림에 허덕이며 갈수록 피폐해져만 가는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삶과, 어쩔 수 없이 고향 땅을 등지고 국경을 넘는 바리의 모습을 통해서 전해지는 탈북자들의 고통스런 삶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실상과 탈북자들의 고통스런 삶에서 느껴지는 아픔은 소설 《바리데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이다. 북한을 시작으로 중국을 거쳐 영국으로 이어지는 스케일에서 알 수 있듯이 황석영은 이 작품에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과 이념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테러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고향을 등지고 타지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한 삶,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차이점 등 이지구상에 얽혀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바리데기》는 기쁨보다는 아픔에 가까우며,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끝가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바리라는 주인공을 통해 아프고 불행한 모습을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황석영은 고교시절인 1962년에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해, 197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탑’과 희곡 ‘환영(幻影)의 돛’이 각각 당선되어 문학 활동을 본격화했다.

1974년 첫 소설집 〈객지〉를 냈으며, 1984년 대하소설 〈장길산〉을 전10권으로 출간했다.

1976～85년 해남, 광주로 이주 민주화운동을 전개하면서 소설집 가객(歌客), 희곡집 〈장산곶매〉, 광주민중항쟁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등을 펴냈다.

1993년의 방북사건으로 7년 형을 받고 복역하다 1998년 사면된바 있는 이 시대와 아픔을 함께 하고 있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