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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추천도서 - 17. 예감김지하 지음, 펴낸 곳 이룸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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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호] 승인 2007.12.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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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굴족’에서 ‘방랑족’ 변신한 김지하의 유람기
‘여행의 옷을 입은 인문서’

동양사상과 주역 및 원효의 사상 등 동양적이면서 우리네 정서가 가득 담긴 것들에 대해 천착(穿鑿)해온 ‘오적(五賊)’의 시인 김지하씨가 자신의 회고록 ‘흰 그늘의 길’에 이어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감상들을 모은 기행문집을 냈다.

김지하가 2005년 6월부터 12월까지 총 19번에 걸쳐 조선일보에 ‘문명의 시원을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을 모아 다듬고, 새로 원고를 추가한 것이다.

   
▲ 김지하 지음, 펴낸 곳 이룸
《김지하의 예감》은 생명평화운동의 주도자로서 한국현대사의 가장 인상적인 인물로 꼽히는 저자의 미학적 관심을 재확인하는 세계문화여행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다.

50살이 넘도록 해외에 나가지 않아 ‘최후의 국내파’ ‘토굴족’이란 별명을 얻은 그가 ‘한과 신명의 조화’라는 간결한 주제를 마음속에 품고 아시아, 유럽, 미국, 베트남 등 세계 40여 개 도시를 여행하며 쓴 글이다.

그곳에서 철학자, 예술가, 사회운동가. 농부, 종교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수준 높은 영감들을 이끌어 냈다.

김지하는 서두에서 “오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애당초 학자도 아니요 역사 전공자는 더욱 아니기에 오류가 아주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겨냥하는 것은 일본과 중국의 비교 접근이나 동양과 서양의 아주 큰 틀에서의 만남이니 다행히도 그것이 다름 아닌 이 작은 한반도에서 창조적 결함으로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기를 열심히 바라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도 한다.
그 새로운 문명의 꽃을 ‘한’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 그것이 이 기행의 주제”라고 말한다. 여행 중 김지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지역은 중앙아시아다.

예컨대 카자흐스탄에서 그들의 말소리에 들어있는 ‘한(han)'이 곧 ’신(神)‘과 ’영원한 푸른 하늘‘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인은 ’한‘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에 주목하여 ’새로운 문명의 꽃‘을 떠 올린다.

그토록 증오의 대상이었던 미국 땅도 밟았다. 젊은 시절 김지하에게 미국은 자신이 분해될 ‘블랙홀의 땅’이었고 두통거리였다. 하지만 미국 땅을 직접 밟고 부딪쳐보니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애리조나 사막 한복판에서 아내에게 “두통이 가셨어!”라고 외친다.

“미국통이 가신 것이다. 미국에 반해서가 아니다. 미국을 이겨서가 아니다. 내 임무가 끝났고 애리조나 사막은 끝이 없고 내 삶 전체를 한꺼번에 되돌아보니 20대 이후의 그 두려워하던 마음이 한껏 우스웠던 것이다…. 내가 할 말을 다한 지금 끝없는 애리조나 사막 한복판에서 초등학교 적 소풍가던 날의 그 투명한 하늘을 떠올렸다면 그것으로 두통은 이미 끝난 것이다. 두통 끝! 내 안에서 미국은 드디어 해결된 것이다.”-책 속에서 365p-

시인은 한때 한국사회의 화두였고, 자신의 화두였던 ‘제국주의’ 미국을 해결한 것이다. 미국과 교차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 현대사의 그늘과 훌쩍 미국으로 떠나 버린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느꼈던 미국이라는 존재에 대한 과민함을 모두 날려 넘어선 것이다.

《김지하의 예감》은 경치 좋은 유명한 곳을 다녀왔다고 증명하는 관광여행서 같은 그런 여행기들과는 다르다. 민족존재의 근원을 찾아 미래의 공생할 수 있는 생명과 평화비전을 제시하며 예감과 신기, 신바람이 곳곳에 묻어나는 김지하만의 독특한 세계문화기행서로서 ‘여행의 옷을 입은 인문서’라 할 수 있는 책이다.

모든 여행지에서 느낀 감상을 40여 편의 즉흥시에 담았다. 또 여행지의 모습을 먹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해 그린 삽화 43장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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