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주민등록증 만든 황자후

황자후(黃子厚)는 음서로 벼슬길에 나가 중앙과 지방의 여러 관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황자후는 나이 쉰이 되어가던 1412년(태종 12년) 뒤늦게 음보로 인녕부 사윤을 맡아 벼슬길에 나섰다.

그리고 바로 다음해인 1413년 형조 좌참의로 있으면서 호패법, 요즘 식의 '주민증록증'제도를 건의해 같은 해 9월 1일 시행을 보게된다. 호패법은 태종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이며, 노비를 줄이고 양민을 늘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노비변정도감이 태종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의 산물이라면 호패법은 적어도 아이디어에 관한 한 황자후의 몫이었다.

▲ 황자후가 아이디어를 내 만든 조선시대 호패

16세 이상의 모든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신분 증명서의 일종인 호패는 신분에 따라 재료와 기재 내용도 달랐다. 2품 이상의 관리는 관직과 성명만을 기재하는 데 비해 노비는 주인, 연령, 거주기, 얼굴빛, 신장, 수염의 유무까지도 기록하였다.

호패의 재료도 고관은 상아, 서민은 목재였다. 호패는 서울에서는 한성부, 지방에서는 관찰사와 수령이 관할하고 본인이 죽었을 때 관가에 반납하도록 하였다.

63세 고령으로 나주목사 부임

호패법 시행 후 그는 세종 때까지 활약하면서 충청도 관찰사를 거쳐 1425년 나주목사로 부임해 온다. 충청도 관찰사로 있을 때 그는 환상곡 15만 1천여 석을 독단하여 발급하고 오히려 현존하는 양으로 기록, 회계(會計)해 사헌부에 적발되었다.

장 90대와도(徒) 2년 반에 해당하는 죄였으나, 세종은 고성으로 귀양보내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환자미(還上米)를 함부로 준 죄로 고성으로 귀양갔으나 이듬해 풀려나 나주목사로 임명되었다.

63세의 나이에 나주목사로 임명된 그는 69세에 서울시장으로 임명되고 의약에 정통하여 전의감 제조를 맡다 76세에 은퇴한 인물이다. 50세에 관직에 나가 나주목사와 한성부윤, 전의감, 중추원사를 역임한 인물은 드물다.   

1425년(세종 7년) 7월 나주목사로 도임해 9개월 간 목사로 재직한 황자후는 그 뒤 여러 해 벼슬이 없었던 것 같다. 나주목사에서 이임되고 1년이 지났으나 실록에는 여전히 그를 전 판나주목사(判羅州牧使) 황자후로 기록하고 있다.

1427년(세종 9년) 6월 11일 기사 비가 내리지 않자 황자후가 상소를 올린다.

"전 판나주목사 황자후가 아뢰기를,
비를 비는 방법이 비록 많으나 뇌성보화천존에게 비는 것이 가장 절실하오니, 도사(道士)를 골라 목욕재계하게 하여 상호군 이진을 시켜 소격전에서 기도 드리기를 청하나이다"

세종은 황자후의 상소대로 상호군 이진을 시켜 소격전에 기도하도록 지시했다. 3개월 뒤에 도 황자후는 계(啓)를 올렸다. 여기서도 전 판나주목사로 여전히 벼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 판나주목사 황자후가 계하기를,
'향약구급방'을 인쇄하여 외방에 나누어서 생명을 구제하는 길을 넓히게 하소서"하니 세종이 충청도로 보내어 간행하도록 명하였다.

동전사용 건의, 백성을 사랑한 황자후

이처럼 황자후는 의학에도 지식이 밝아 이후 전의감 제조를 맡기도 했다. 드디어 1431년, 나주목사로 이임된 지 4년 만에 한성부윤, 지금의 서울시장으로 임명되었다. 중추원사로 승진한 그는 침구(鍼灸)의 전문직을 둘 것을 건의했으며, 1438년 노령으로 은퇴하였다.

태종 초 성주목사시절 노비문제 판정을 잘못하여 인녕부사윤으로 있을 때 문책을 당하기도 했었다. 당시 사헌부에서 노비를 불공평하게 임시로 결절(決絶)한 죄를 논해 태장(笞杖)을 맡고 복직하기도 했었다. 충청도 관찰사를 거쳐 공안부윤으로 있을 때는 동전의 사용을 건의하였다.

그 후 1416년 가짜 약재 구입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전의감 제조로서 연루되어 귀양갔다가 두 달만에 풀려났다.

그의 졸기에 따르면 "자후는 의약에 밝아 항상 전의감 제조로 있었는데, 무신년 여름에 노병으로 인하여 벼슬길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죽으니 나이 78세이다.

부음이 들리자 하루동안 조회를 정지하고, 조문(弔問)하고 부의(賻儀)를 내렸다. 시호는 '혜의'라 하니, 백성을 사랑하고 주기를 좋아함이 혜(惠)이고 온유하고 현선함이 의(懿)다."

<참고문헌> 太宗實錄, 世宗實錄,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 이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