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에서 마오쩌뚱까지,
2천 년 중국황제들의 리더십 교과서

기원전 233년, 중국통일의 야망을 품은 진나라 왕 정(政)은 우연히 한 사상가가 쓴 두 편(고분, 오두)의 글을 읽고 감동한 나머지 “이 사람과 만나 사귈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외친 뒤 그 사상가의 나라로 쳐들어간다.

렇게 사상가와 만난 진왕은 12년 뒤 중국을 통일하고 진시황이 된다. 바로 이때 만났던 사람이 한비자(韓非子), 법가의 최고 사상가였다.

그 후로 2300년 간 제왕들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던 ‘한비자’가 리더십 멘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새롭게 나타났다.

▲ 이상수(지은이)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한비자가 펼친 군주론을 현대적으로 정리,  한비자의 사상에서 리더십의 덕목을 일곱 가지로 요약한 책, 《한비자, 권력의 기술》.

지독한 말더듬이에 피도 눈물도 없는 ‘동양의 마키아벨리’라 불려지는 한비자.

유가사상에만 젖은 우리에게 한비자는 너무도 위험한 냉혈사상가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에 만난 것도 한비자였고, 유비가 임종에 이르러 큰아들 유선에게 꼭 익히라고 당부한 책 중 하나도 한비자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바 크다.

“중국에서 법가사상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억눌려 왔으며 그 자리는 덕치를 주장한 유가사상이 차지해 왔다. 그러나 황실이나 권력가 내부에서는 법가사상이 은밀하게 전수돼왔다. 심지어 ‘제자백가의 학설을 모두 몰아내고 오로지 유가의 학설만을 존중 한다’라고 선언한 한나라의 무제조차도, 겉으로는 유가학설만을 존중하는 듯 했지만 통치의 수단으로는 법가의 방법론을 즐겼다. 무제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대 황제와 권력자들은 겉으로는 유학의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법가의 사상과 학설과 방법론을 신봉했다.”-머리말 P7 중에서

이렇듯 중국의 역대 황제와 권력가들은 유가는 통치이념으로, 통치수단으로는 법가의 방법론을 즐겼던 것이다.

전통시대의 절대군주조차 리더십을 기르지 못하면 자기 권력을 제대로 휘두를 없었다는 냉엄한 현실 앞에 ‘법가의 방법론’은 어쩌면 ‘필요악’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비자는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시황의 정치적 스승이었다. 지나치게 합리적이어서 비인간적으로 보여 제자백가 가운데 유일하게 아닐 ‘비(非)’를 써서 ‘비자(非子)’가 됐다.

하지만 진시황이래 한무제, 청나라 강희제를 거쳐 마오쩌뚱에 이르기까지 한비자는 중국 제왕학의 교본역할을 했다.

《한비자, 권력의 기술》은 2300년 간 제왕들의 손을 떠나지 않았던, 제왕학의 교본 역할을 했던 ‘한비자’에서 뽑아낸 7가지 리더의 조건이다.

첫째 조건은 혁(革), 기득권을 꺾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둘째는 해(解), 리더는 대안 없는 비판대신 문제해결에 집중한다. 셋째는 용(用), 리더는 부하의 충성에 의지하지 않고 시스템을 만든다. 넷째는 법(法), 리더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냉철하게 움직인다. 다섯째 술(術), 리더는 스스로 나서지 않고 주위에 인재를 배치한다. 여섯째 이(理). 리더는 어떤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일곱째는 세(勢), 리더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진다 등이다.

저자는 이 같은 리더의 7가지 조건을 한비자에서 찾아내 한비자의 다앙한 일화와 논설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이번 추천도서는 혼란한 전국시대를 끝내고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 고민한 법가 최고의 사상가이자, 제왕들에게 진정한 권력의 기술을 가르치려했던 현실주의자인 ‘한비자’를 리더십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한 책이라는 점에서 특히 지역사회의 리더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