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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영산강이야기16 - 명옥헌2연못과 배롱나무를 장엄하게 배치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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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호] 승인 2006.04.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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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 보자. 명옥헌은 북서향이다. 명옥헌에서는 두개의 연못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두개의 연못은 물이 서로 통하게 만들어졌다. 명옥헌에서는 귓속을 깨끗이 후비고 들려오는 소리를 잘 들어보아야 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옥구슬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 같다.”
정자의 이름이 명옥헌으로 맑은 소리가 들려온다는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사방이 마루이고 가운데에는 방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에는 군불을 지필 수 있게 아궁이가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옥구슬 소리는 어디서 들려올까?

신비한 소리의 정체를 필자와 함께 낱낱이 해부해 보자.
위에 있는 연못에서 아래쪽 연못으로 흐르는 물에서 소리가 난다. 원림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비밀은 자연적인 암반의 물길로 경사지를 골라서 내려가는 물이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만들어 낸다.

더구나 위의 연못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연못인데도 인공적인 석축을 쌓지 않고 땅을 파내어 만들었기 때문에 커다란 우물처럼 보인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자 세심한 배려를 한 원림조성기법이라 하겠다. 최소한도의 인공만을 보인 까닭에 연못의 생김새가 능선 사이에 파묻혀 자연스럽게 생긴 대로 조화롭게 어울린다.

더욱 놀랄만한 일은 숨겨진 채 소리의 크기를 극대화 시켰다. 일종의 자연확성장치라 하겠다. 동쪽 산기슭에 물도랑을 작은 돌로 쌓아 수로를 만들고 다시 그 위로 흙을 덮어 연못으로 만들었다. 사람의 손을 빌린 인공이지만 자연을 가장하여 쌓은 이중의 둑이 너무도 치밀하다.

이곳을 통과하는 물소리는 두 배로 크게 들린다. 공명장치 같은 홈통수로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명옥헌에서 옥구슬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다시 가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명옥헌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아래 연못은 20m, 40m 크기의 네모진 연못으로 가운데에는 동그란 섬이 있는 둥근 하늘과 네모진 땅으로 음양의 이치를 모두 담았다. 연못가에는 20여 그루의 해묵은 배롱나무가 앙상한 가지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명옥헌은 연못과 배롱나무를 장엄하게 배치했다. 정자에 걸터앉아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야 가득 피어오른 배롱나무의 꽃을 상상해 보라. 무릉도원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귀와 함께 펼쳐지는 시선을 모아 더없이 시원한 공간 속에 심장을 때리는 소리를 버무린 탁월한 원림이 명옥헌이라 하겠다.

 명옥현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

연못가를 가득 채운 배롱나무는 거대한 고목으로 자랐다. 매끄러운 가지에서는 윤기가 흐른다. 따뜻하고 해가 온종일 비춰주기 때문에 냇가에서 자라는 배롱나무보다 키가 크고 무성해서 꽃송이도 유난히 많이 달린다고 동행한 오영희씨가 자랑했다.

여름에 오면 활짝 핀 배롱나무의 둥근 꽃송이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한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백일동안이나 된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 명옥헌에는 반드시 꽃이 피어있는 기간 동안에 들러볼 일이다. 아름다움의 절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백일홍은 간지럼 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나뭇가지를 가볍게 긁어주면 흔들면서 위로 쳐들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웃음나무라고도 부른다.

본래 배롱나무는 자미탄에 있는 것처럼 개울가에 있을 때보다 정원수로 자랄 때 품위가 있어 보인다. 중국의 중서성은 배롱나무를 많이 심어 자미성이라고도 부르는데 명옥헌의 배롱나무는 영산강의 상류를 빛내주는 귀중한 나무로 증암천 일대를 모두 배롱나무로 심어 가꾼다면 천상의 별천지로 영산강만의 명물이 될 것으로 믿는다.

명옥헌(鳴玉軒)이라는 현판은 우암 송시열의 글씨라고 한다. 두 연못 사이를 흐르는 물속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 ‘명옥헌 개축’이라고 써 있는데 지금 명옥헌 현판에 걸려있는 글씨는 이 글을 그대로 모각한 것이라고 한다. 개축이란 명옥헌이 처음 세워진 해로 1673년을 말한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담양에서 비옥한 땅으로 지켜준 영산강의 물줄기가 우리들의 자랑이다. 백일동안 피는 백일홍이 명옥헌에서 만큼은 천일동안 내내 시들지 않게 하자.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화한 채 호흡해온 나무 한 그루가 우리의 미래를 규정지어줄 것이다. 서산에 걸린 해가 그림자를 길게 그려주고 있었다. 꽃피는 시절이 돌아오면 명옥헌에 다시 찾아와서 청량한 물소리를 가슴에 담아야 하겠다.

/나주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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