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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 - (69)「미망인은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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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호] 승인 2007.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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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늦게 들어와서는 "밥 차려 달라"고 하거나, 외출하는 아내에게 감히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는 '간 큰 남자'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이 우스개 이야기가 요즘에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은, 그런 남자들이 아예 멸종(?)한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몇 년 새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17대 국회에서는 여성이 단전자의 13%(39명)를 차지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양대 정당의 대변인도 여성들이 맡기도 했다.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는 24.4%(2004년 2차)였고, 외무고시는 절반이 넘는 52.6%(2005년)였다.

이런 숫자를 살펴보는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여성들의 커진 목소리를 재보는 방법도 있다. 자기 주변에서 돈주머니를 쥐고 집안 살림을 쥐락펴락하는 남자가 있는지를 살피는 거. 결과는, '별로…'도 아니고 '거의 전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나 성차별적인 말들이 거침없이 쓰이고 있다. 간 큰 남자들이 거의 모두 죽었다고 본다면, 아마 그런 말들이 성차별적이라는 것을 잘 몰라서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짐작만 한다.

예를 들면 '미망인'이라는 말. 『춘추좌씨전』「장공편」에 나오는 이 말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봉건시대의 유산이다. 겉으로야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일컫지만, '아직(未) 죽지(亡) 않은 사람(人)'이라는 글자 뜻 그대로 '남편이 죽었는데도 따라 죽지 못하고 아직 살아 있는 죄 많은 여편네'라는 속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몰군경미망인회'처럼 스스로를 가리킬 때 쓴다면 상관없겠지만, 다른 사람이 '미망인'이라고 부른다면 이 같은 망발이 없다. 자칭이 아니면 욕이 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아내가 죽었는데 따라 죽지도 않고 아직 살아 있는 죄 많은 남편'이라는 뜻으로도 쓴다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여자에게만 쓰는 지독한 성차별 언어이므로 스스로도 이 말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술 한 잔 따라 달라고 하기는커녕 이상한 눈길로 보기만 해도 성폭력이라는 소리를 듣는 요즘인데, 왜 '미망인'같은 말이 아직도 스스럼없이 쓰이고 있는지는, 정말 수수께끼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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