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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추천도서 - 9. 우리문화 박물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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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호] 승인 2007.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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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북두칠성처럼 별과별을 이어서 하나의 별자리를 만들고 그 모습 속에서 견우직녀와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적어 넣었다. 말하자면 별을 만들어 낸 것은 하늘이지만 별자리를 만들어 낸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의 별들은 똑같지만 별자리와 그 전설의 이야기들은 민족과 나라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로부터 몇 천 광년 떨어진 별빛을 가지고도 별자리를 그려낸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와 가장 가까운 물건들, 일상 속에서 자기와 함께 생활해 온 물건들에 대하여 무관심할 수 있었겠는가.

하루도 아닌 몇 백 년, 몇 천 년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그 도구들에게 어떻게 실용적인 의미만을 따지겠는가. 밥 먹을 때 쓰는 젓가락 하나, 옷 입을 때 매는 옷고름 자락, 그리고 누워서 바라보는 대청마루의 서까래 - 한국인들이 사용해온 물건들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것들은 서명되어 있지 않은 디자인이며 조각이며 책이다.

이 책은 바로 그 한국의 영상과 한국인의 생각의 별자리를 읽으려는 욕망, 그리고 그 읽기의 새로운 실험에서 탄생되었다.”
《우리문화 박물지》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 중에서-

   
▲ 우리문화 박물지
날이 무딘 엿장수 ‘가위’, 되나 말을 될 때 수북이 담는 ‘고봉’, 그리고 불을 담고 보존하는 ‘화로’까지 우리들 일상문화 속의 물상 64개를 통해 인정과 여유가 넘치는 옛 문화의 미덕을 들려주고 있는 책 《우리문화 박물지》.

〈축소지향형의 일본인〉, 〈떠도는 자의 우편번호〉,〈디지로그〉 등의 문화에세이를 펴냈던 이어령 석좌교수의 또 다른 문화 에세이다.

가위 - 엿장수 가위의 작은 기적, 다듬이 - 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 화로 - 불들의 납골당 등과 같은 식으로 64개 물상에 대해 시적 함축성을 띤 제목을 붙이고, 많지 않는 분량의 텍스트 안에서 해당 물상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겨운 우리문화 이야기다.

한국인들이 사용해온 물상 하나하나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그려낸 별자리가 있다는 저자는,  한국인이 만들어 낸 계란꾸러미는 "기술적 합리주의가 낳은 단순화와 협소화에서의 해방"을 시도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꿈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계란꾸러미야말로 기능성을 소통성으로 바꾸어 가는 탈산업화 시대의 정신과 통해있기 때문이다. -계란꾸러미 p28 중에서

피라밋은 허물어지고 풍화되어간다고 해도 자신의 형태를 고집하고 그 덩어리를 필사적으로 떠받치려는 저항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흙을 쌓아올린 한국 무덤의 그 봉분은 세월 속에서 차츰 내려앉아 평지의 레벨과 가까워진다 ― 무덤 p84 중에서

옛날 한국의 미녀들이 아무리 그 육체가 풍요해도 그것이 소비의 쾌락이 아니라 생식의 생명감으로 보이는 것은 비녀의 신비한 연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녀는 여성의 미와 부덕을 나타낸 한국인이 발견한 최고의 디자인이다. - 비녀 p137 중에서

이렇듯 이어령은 이 책에서 우리 옛 문화생활 속의 물상들인 계란꾸러미, 무덤, 비녀 등을 을 딱딱하게 바라보지 않고 시와 산문의 중간쯤 언어로 정겹고 의미 있게 풀어가면서 저자 나름의 문화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어령은 독자들도 잘 알다시피 한 때는 한국의 지식인을 상징하는 아이콘 중의 하나로서 따를 수 없는 달변가, 파격적인 문학 평론가, 대학교수, 당대의 문장가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너무 많다. 1934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그는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 김동리, 조향, 황순원 등 당시 내 노라 하는 문장가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일약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으며, 20대의 젊은 나이에 파격적으로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됐다.

그 후 1972년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을 때까지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우리시대 논객으로 활약했다. 2006년 1월 중앙일보 신년 에세이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를 30회 연속 게재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21세기를 맞은 우리사회에 새로운 담론, ‘디지로그 시대의 개막’을 화두로 던진바 있는 우리시대의 영원한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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