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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 - (11)『사람을 물건 다루듯』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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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호] 승인 2006.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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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방화 사건을 두고 우리 언론들 비판이 매서웠다. 불이 났는데도 기관사가 몰랐던 점이며, 기관사와 역무원과 사령실의 의사소통이 안 된 것하며, 불에 쉽게 타지 않는 내장재를 쓰지 않은 것까지….

사실 서울 도시철도공사를 나무랄 일이 많기도 해서, 사람 목숨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안전불감증에 목소리를 높일 만했다. 욕들을 일을 했다면 욕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언론들 스스로는 어땠는가. 인명을 중하게, 사람을 귀하게 여겼던가.

「불붙은 채 승객 싣고 3분 내달렸다」(ㅎ 신문)
「불난 지하철 승객 싣고 달렸다」(ㅎ 일보)
「…불난 채 승객 60여 명 태우고 달려…」(ㅈ 일보)
「…승객 싣고 공포의 7분」(다른 ㅈ 일보)
「…서울 7호선 승객 싣고 질주…」(ㄷ 일보)

많이 팔리는 중앙 일간신문 다섯 개의 제목은 이랬다. 한 신문 빼고는 모두 사람을 물건 다루듯 했으면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남을 꾸짖었다. '사람을 물건 다루듯 했다'고 하는 까닭은 이렇다.

'싣다'는 '물체를 운반하기 위하여 차나 배, 수레나 비행기, 짐승의 등 따위에 올리다'라는 뜻이다. 다시 확인하자면 목적어가 '사람이나 물체'가 아니라 그냥 '물체'다. 달리 말하면 '물건'인 것이다. 그러니 '태우고'라고 한 신문 빼고 나머지 신문은 모두 사람을 짐짝 취급한 셈이 아니고 뭐겠는가.

물론 사람에게도 '싣다'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주로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가마에 몸을 실었다'처럼 사람 스스로 탈것에 오를 때, 또는 '트럭에 가득 실린 시신'처럼 산목숨이 아닐 경우에나 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선 별로 쓸 일이 없는 표현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하철이 승객을 실었다'며 사람을 물건 취급한 언론들은, 따지고 보면 똥 묻힌 채 겨 묻은 걸 나무란 셈이었다, 고 하면 심한 말일까.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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