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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표해록-6.무정자로 태어난 여인국(36) 갈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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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호] 승인 2007.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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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과 바다가 맞붙은 망망대해 서해에서 갈 곳을 잃은 수정호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표류를 계속하고 있었다. 바다색깔은 아직껏 백색을 띠고 있다. 서해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하늘에는 조각구름이 떠있고 멀리 본 바다는 더욱더 하얗게 보인다. 거친 파도와 싸워온 수정호는 어디 한곳 성한 곳이 없다. 여기저기 덧대어 수리한 모습이 헌 누더기를 말린 빨래 감 같다.
 
배의 뒷부분은 두 차례나 뜯기고 파도에 밀려 부셔진 통에 키를 걸칠 자리마저 없어졌다. 선수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추자도근해에서 암초사이를 빠져나오면서 여기저기 부딪쳐 심하게 파손되었다. 총탄을 받은 듯 불덩이에 쏘인 듯 성한 곳이 없다.
 
기다란 판자로 붙인 배의 외부 판은 너덜거린다. 다행히 안쪽에서 못질을 해서 바다 물은 들어오지 못하게 겨우 막아둔 상태다. 갑판 위에 있던 기다란 장목도 여러 개 있었지만 어디선가 파도에 휩쓸려 바다 속으로 빠져 없어지고 말았다.

겨우 너덧 개만 남았다. 집채만한 파도가 떠밀러 올 때면 힘에 겨운 수정호는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고통스럽게 기우뚱거린다.
  최부는 총무를 불러 말했다.
 
"격군들이 할 일이 없어졌으므로 목수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뽑아 배를 수리하도록 하시오."
 
 총무는 김중과 이효태, 고내을동, 강유를 데리고 다니면서 물이 새는 곳과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 곳들을 찾아 직접 못질하고 판자를 붙이면서 하루 종일 고쳤다. 키도 새로 만들었다.
 
 돛을 잘라내고 남은 밑동을 다듬어 만들었지만 배의 뒷부분이 망가져 홈통이 맞지 않아서 걸 수가 없었다. 설령 건다할지라도 파도에 휩쓸려 조정은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물을 퍼내던 사람들이나 멍하니 그저 앉아 있는 자들이나 서로 절망적인 눈으로 쳐다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물 한 모금 밥한 숟가락을 마시고 먹어보지 못한지 벌써 이레나 지났으니 무슨 기력이 남았겠는가. 된서리 맞은 고구마 잎처럼 시들시들하고 쪼그라들었다. 피폐해진 꼬락서니가 나주 오일장 품바 얼굴과 같았다.
 
 선실에 있던 호송군들의 퍼진 모습도 가관이었다. 움푹 들어간 두 눈이나 바닷물에 젖은 옷가지는 비 맞은 수탉과 똑 같았다. 선실로 들어간 최부를 본 그들은 발목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경차관님! 밥을 먹어본지 어느새 이레가 지났고 출항한 이후 아직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몸은 뻣뻣해져 가눌 수가 없습니다. 입을 열고 말을 하기조차 어렵게 되었으니 이일을 장차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미 흐르던 눈물까지 말라버린 그들은 깊은 한숨과 한탄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최부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키도록 하라. 모두 기운을 차리자. 하느님은 반드시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배 안에 생기가 돌다

  절망의 덫에 걸린 자들이 비실거리고 있을 때였다. 갈매기 떼가 보인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외쳤다.
 
 "갈매기다. 갈매기!"
  "이쪽에도 갈매기다."

  그것을 본 일행들은 기뻐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갈매기는 바다를 즐겨 찾는 물새로 낮이면 바다에서 먹이 사냥을 하고 밤이면 뭍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새이다.

어선을 따라다니며 그물에 걸린 찌꺼기생선을 훔쳐먹기도 하는 바다 새로 갈매기를 보았음은 멀지 않은 곳에 육지가 있음을 알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처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뱃사람들의 눈동자가 살아난 듯 반짝거린다. 제일먼저 갈매기를 본 선장이 말했다.
 
 "갈매기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놈은 강이나 호수에서 살아가는 종이 있고 바다에서만 먹이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다. 지금 우리 배 위를 나는 녀석들은 바다에서만 사는 것들로 조류를 따라 다니며 배를 채우는 종이다."
 
 갈매기는 고기떼가 있는 곳에 잘 모이기 때문에 어장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예로부터 어부들과 가장 친하며 사랑과 아낌을 받아온 새가 갈매기다. 어부들은 잡은 고기의 찌꺼기나 잡어들이 있을 때면 갈매기에게 던져 주기도 했다.
 
황해의 전 해역 연안과 섬에 서식하며 무리 지어 먹이를 찾는다. 어선이 보이면 냄새로 확인하고 기어이 찾아가는 습성이 있어서 어부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져온 새이다.
 
 섬의 암벽지대나 초지 또는 나무 가지에 집을 짓고 사는 갈매기는 해안 가의 어디 건 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새다. 고기잡이를 해왔던 어부출신의 격군 모두가 반기며 즐거워했다.
 
 수정호를 어선으로 알고 잘못 찾아온 갈매기 떼가 배 안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갈매기는 무리를 지어 수정호의 꽁무니를 따라다녔지만 먹이를 건지지 못해 헛발질의 연속이다.
 
 머리, 가슴, 배에 흰줄이 있는 갈매기는 수면 가까이로 저공비행을 하면서 지나가는 배의 뒤를 따르고 먹이 감이 보일까 번득였지만 어선이 아님을 알아차린 그들은 어느새 멀리 날아가 버렸다.
 
갈매기는 3월까지 서해바다에서 살다가 남쪽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정월이니까 갈매기가 살 때라는 설명에 행여나 섬이나 육지가 보일까봐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거렸지만 망망대해는 빙빙 둘러 원을 그리는 수평선만 보일뿐 육지나 섬은 없고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바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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