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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표해록-6.무정자로 태어난 여인국(34) 흑산도 앞 바다를 떠돌고 있는 수정호
김민주 기자  |  minjuk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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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승인 2007.09.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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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부는 홍문관 부교리(副校理)로 근무했던 시절의 강의 실력을 자랑이나 하듯 차근차근 설명했다.
 
 "지금 우리들이 타고 있는 수정호는 제주의 별도포를 떠난 지 엿새째가 되었다. 추자도를 거쳐 흑산도의 앞 바다를 떠돌고 있는 샘이다. 황해의 중간지점으로 지도에서는 여기쯤 될 것으로 믿는다."
 
 최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은 중국대륙과 한반도의 중간수역으로 백수양이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다는 동감의 표시였다.
 
 열심히 듣고 있던 선장이 현재의 위치를 지도에 붓으로 동그라미를 치며 진하게 표시를 했다. 그리고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곳은 내가 고기잡이하면서 자주 다녔던 뱃길입니다. 여기서 동북쪽으로 곧장 가면 충청도고 조금 더 멀리 가면 나라님이 계시는 한양입니다."

  최부는 세계지도를 대략적으로 그려가며 말했다. 현재의 위치를 중심으로 서북쪽은 중국의 산동반도가 되며, 서쪽으로는 서주(徐州)와 양주(楊州)가 된다. 태산과 회수(淮水)사이로 산동성의 남쪽이다. 송나라 시절 고려가 교통할 때 명주(明州)로부터 바다를 건넜으니 명주는 양자강 이남의 땅이라 하겠다.
 
 수정호가 있는 여기서 서남쪽으로 가면 복건로(福建路)이고, 서남쪽으로 가다가 조금 남쪽으로 틀면 오늘날의 타이에 갈 수 있다. 순풍을 만나면 10일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라고 말했다. 그곳은 베트남 중남부지역으로 남해바다에 있다. 바로 곁에는 말레이 반도 서남쪽에 있는 말라카(Malacca)국왕이 사는 곳이다.

  정남쪽으로는 대만이 있다. 그리고 유구국이 있으니 이는 오늘날의 오키나와를 말한다. 바다를 중심한 제주도를 기점으로 동아시아일대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게 해주는 설명이었다. 정동으로 가면 일본의 대마도(對馬島)다.
 
 정남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가면 일기도(一岐島)라는 물산이 풍성한 섬이 있다. 이 섬은 특이하게도 여자들만 사는 여인국(女人國)으로 아는 사람들만 아는 유별난 섬나라였던 것이다. 배를 부리는 사람들끼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비밀스런 사실이다.
 
 최부의 동중국바다의 해설은 정확했다. 그 중에서도 여인국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모두가 흥미와 관심을 나타내면서 한편으로는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여인국은 오늘날 일본의 나가사키 현[長崎縣]에 편입된 이키시마[壹岐島)라는 옛날이름인데 당시에는 하나의 나라로 군침이 돌게 하는 흥미만점의 나라였던 것이다. 젊은 호송군 김득시(金得時)와 격군 한매산(韓每山)이 관심을 보이며 여인국에 대하여 물어왔다.

  "나는 여인국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나도 나도."

  그러자 갑자기 선장실에 웃음이 넘쳤다. 사실인즉 남자들은 여자들만 사는 그런 곳에서 의시대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틈만 나면 질펀하게 농탕질하며 힘자랑한다니 마다할 머슴애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하하하."

여인국 이야기로 모처럼 웃음이 넘치고

  옛날에 작은 어선을 타고 고기잡이하던 부자(父子)가 있었는데 짙은 안개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어선은 표류하며 뱃길을 잃고 떠돌다가 우연찮게 표착한 섬이 여인국이었던 것이다.
 
 겨우 목숨을 건진 두 남자가 섬에 올라가자 많은 여인들이 나타나 환영해 주는 것이었다. 늙은 아버지는 감옥에 가두고 젊은 아들만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감옥에 갇힌 아비는 굶어 죽였고 젊은 아들은 밤이나 낮이나 여인들의 치마폭에 싸여 여인들을 만족시켜주는 성노리개가 되고 말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마다 새로운 여자들을 상대하기에는 힘에 버거웠다.
 
 그것도 젊고 임신이 가능한 팔팔한 여인만을 상대하자니 코피가 터지고 제자리에 반듯하게 서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중에서도 한차례의 접촉에서 밤이 셀 때까지 껴안아주기를 원하는 여자를 만나면 거의 녹초가 되곤 했다. 남자가 없는 섬에서 확실한 임신을 원하는 여인들은 대부분 그렇게 해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어떤 여자들은 밤이 새도록 껴 앉고 떨어질 줄 모르는 거머리 같은 질기디(?) 질긴 여자도 상대해야 했다. 이렇게 당하고 난 아침이면 하늘이 노랗고 다리가 휘청거려 자리에 똑바로 설수도 없을 지경으로 녹초가 되곤 했다. 수많은 여체사이에서 나 홀로 남자가 견디어 내기는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운 고역이었다.
 
 씨받이를 목적으로 성(性)노예 같은 생활에 시달린 남자는 가랑이가 찢어지고 발을 절뚝거리며 제대로 걸 수도 없게 될 지경에 이르자 탈출을 결심하게 된다. 밤마다 봉사하는 몸놀림에 허리는 이미 활처럼 굽어지고 말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탈출의 기회를 노리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어두운 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헤엄을 쳐서 선창으로 나왔다. 이판사판이다. 이대로 죽느니 차라리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붙잡힌다면 죽는 길 뿐이다. 억이 바치면 못할 일이 없는 것이다. 도둑고양이처럼 배를 훔쳐 타고 섬을 탈출해서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그 후 여인국 섬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졌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거짓이 아니고 사실적으로 말해도 그저 농담으로만 들어왔기 때문에 여러 백년에 거친 여인국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믿지 못할 역사라 하겠다.

  제주목사 이형상이 쓴 '탐라순력도'에 의하면 여인국까지는 한라산에서 시계의 11방향으로 대양을 나가면 여인국에 도착하는데 거기까지 8천리가 된다고 기록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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