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본격적인 바이오경제(Bio-Economy)시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바이오 경제시대를 이끌어갈 바이오공학기술은 세계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기름값이 크게 상승하고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증대되고 있어 바이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바이오와 함께 바이오 기술이 새로운 응용분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 장홍기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관장

산업바이오는 고구마, 감자, 사탕수수 등 재생가능 식물자원인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효소나 미생물 등 생촉매의 생물공학적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고구마로 만든 도요타 자동차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자동차업계, 생물산업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이다.

세계 최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사는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고구마 원료를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 생산과 이를 이용한 자동차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오플라스틱 자동차는 매우 가볍게 단단하여 일반자동차보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중량이 가벼워서 연비가 매우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고구마로 만든 자동차는 특정 기간이 지나면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프로젝트이다.

일본 지바현에 국립지바대학(千葉大學) 원예학부에 식물공장, 식물환경조절공학을 연구하는 고자이(古在　豊樹)교수(현 지바대학총장)는 어느 신문에 컬럼을 쓰게 된다.

고자이 교수는 필자와 전공이 같아서 일본 유학시절에 친분 있게 지내던 교수이기도 하다. “고구마가 세계를 지배 한다”는 내용으로 고구마의 전분을 1차 발효시켜 젖산, 숙신산, 에틸렌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각종플라스틱, 생분해성플라스틱(PLA), 화장품, 세제, 향료, 섬유제품까지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연치 않게 이 신문 컬럼을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사람이 바로 도요타 회장이었다. 90년 초쯤 된 걸로 기억되니 17년 전의 일이다.

고자이 교수는 신문 컬럼의 내용을 도요타 회장 앞에서 발표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설명이 끝나자 도요타 회장은 “그거 얼마면 됩니까?” 고자이 교수는 “무슨 말씀이죠? ” “연구비가 얼마 필요하냐구요?”

고구마 대량재배에 적합한 인도네시아 도요타 현지법인에 고구마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고구마 순을 키우는데 필요한 시설비와 연구비였다.

즉, 일본에서 고구마 무균묘(고구마순)를 생산하여 인도네시아에서 재배한 다음 바이오플라스틱 원료를 만들어 다시 도요타자동차 본사(시즈오카현 도요타市)로 가져와서 자동차를 만드는 믿지 못할 계획이었다. 식물지식이 전혀 없었던 도요타 회장은 인도네시아에 가서도 병들지 않고 잘 자라는 고구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고구마 무균묘 생산에만 필요한 시설비를 92년 당시 800억원을 투자된다. 전체 규모는 100평정도. 평당 8억이 들어가는 고구마순 식물공장은 로봇 등의 최첨단 장비들이 투입되었다. 800억 규모의 시설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인원은 단 1명으로 컴퓨터로 모든 것이 자동 제어되었다.

병원균침투를 방지하기 위하여 철저하게 통제된 시설이었다. 당시 이 시설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들은 매우 의아했고 경악했다. 미국NASA에서 있다가 이 시설의 총괄책임을 맡은 전창후 지바대학 조교수(현 서울대교수)는 고구마 순을 생산하여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도요타 회장 생각에 감탄을 자아냈다.

이 시설은 비공개로 연구개발이 진행되었으며 많은 연구결과물과 성공사례가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필자는 전창후 교수와는 친구인 관계로 이 시설을 견학하는 행운을 얻어 매우 놀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머지않아 고구마로 만든 완벽한 모습의 자동차는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자동차의 외관과 차체는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지고 있다.

고구마는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과는 인연이 많은 식물이다.

자색고구마를 추출하여 천연색소로 이용하고 나머지 전분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자색고구마(가고시마현)품종을 수집하여 색소를 만드는 연구에 몰두한 적이 있었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은 충남대학교 박상언교수와 공동연구로 신품종을 개발하여 현재 상설전시관에 가장 큰 자색고구마 품종이 전시되어 있다.

2001년에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동신대 방문 시 자색고구마로 천연염색한 제품을 선보여 5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받아 나주시천연염색문화관이 만들어 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산업바이오를 새로운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바이오매스 연구개발(R&D) 진흥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수송연료는 20%, 화학제품은 25%까지 바이오매스 원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일본은 화학기업과 바이오 전문기업 간 기술제휴로 바이오연료, 바이오플라스틱 등을 산업바이오를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면 할수록 원료인 고구마의 중요성은 지금의 원유 못지않은 자원이 될 것이다.

앞으로 바이오플라스틱 자동차 생산은 산업바이오 분야의 발전을 통해 우리 산업의 질적(質的) 전환은 물론 기술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것이다.

장홍기(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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