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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 22년(1527년) 나주목사로 부임한 박상(朴祥)은 12년 전 1515년 중종에게 노여움을 사 남평 오림역(烏林驛)으로 유배를 와
이곳에서 1년 동안 지냈다. 당시 남평은 남평현으로 나주목과 행정구역이 달랐다. 순창군수 김정과 함께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단경왕후 신(愼)씨의
복위를 청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중종에게 미움을 사 남평으로 유배길을 오른 것이다.
또한 박원종(朴元宗) 등 3훈신(勳臣)이 임금을 협박하여
국모를 내쫓은 죄를 바로잡기를 청한 것도 중종의 노여움을 사게됐다. 1506년 중종 초에도 박상은 사간원헌납으로 있을 때 종친들의 중용(重用)을
반대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서 하옥되었으나, 태학생(太學生)과 재신(宰臣)들의 상소로 풀려나기도 했을 정도로 강직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박상과 김정이 "신씨를 다시 맞아들여 왕비로 삼아야 한다"고 상소를 올린 것이 꼬투리가 되어 옥에 갇히게 되자 대사간 이행과
대사헌 권민수는 사형률을 적용하여 추궁해야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좌의정 김광필이 조정을 돌아다니며 해명하기를 "말은 비록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을 죄주어 언로(言路)를 막는 것은 불가합니다"라고 박상을 변론하였다.
김광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박상은 그 해 8월 곤장 1백 대를 맞고 직첩이 박탈되어 남평 오림역으로 귀양보내졌다. '해동잡록'에는 "곤장 1백 대를 속(贖)하였으니 이는
대신이 구했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박상에게 죄가 주어진 것을 분하게 여긴 이조판서 안당은 조회에서 아뢰기를.
"박상과 김정은 구언(求言)하는 교지를 따라 정성을 다하여 할 말을 다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한두 사람의 말로써 도리어 엄한 견책을
가하니, 이는 언로를 막고 사기를 저하는 것입니다. 만세까지도 기롱꺼리를 남기게 됩니다"
안당의 말에 심기가 불편했던 이행과 권민수는 이날 조회에서 안당을 반박하여 나라를 그르치는 자로 지목하고 그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이때부터 조야(朝野)의 선비들은 간담을 잃고 위축되어 말하기를 꺼리게 되었다"며 해동잡록은 적고 있다. 1516년 방면되어,
의빈부도사(儀賓府都事)·장악첨정(掌樂僉正)을 역임, 이듬해 순천부사가 되었으나 그해 겨울 어머니의 상으로
사직하였다.
감사에게 근무평정 최하등급 받다 파직
그뒤 상주와 충주목사를 지내고 1526년 문과 중시에서 장원됐으나, 이듬해 작은 죄목으로 나주목사로 좌천되었다. 나주목사로
재임하면서 박상은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라도 감사 조방언과 의견이 엇갈려 미움을 사게된다. 조방언은 간사라고 무식한 인물로 심정의
주구 노릇을 하였던 인물이다. 감사 조방언은 나주목사 박상의 강정(剛正)함을 미워하여 남모르게 내치고 싶었지만, 명분을 세우기 어려워 하루는
심정에게 이 문제를 의논했다.
예전부터 박상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심정은 "박상은 강정한 선비라서 거짓 죄를 가할 수 없다.
차라리 전최(殿最)할 때 적당히 처치하는 것이 낫겠다"고 조방언에게 귀띔한다. 이에 조방언은 심정의 지시에 따라 박상의 고과평정을 최하등급으로
매겨 나주목사 자리에서 내쫓아 버렸다. 지금도 공무원의 고과평정이 차등에 따라 주어지고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전라감사가 전라도 내 수령들의 성적을
매겨 조정에 올려 보냈었다. 감사로부터 최하등급의 점수를 맞을 경우 해당 수령은 파직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조방언에게 최하등을 받아
굴욕을 당한데다 관직까지 파면 당한 박상은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분을 삭이지 못하고 얼마 있지 않아 죽고 말았다.
심정에게 제시(題詩)보내자 현판 내팽개쳐
심정은 남곤과 함께 정권을 장악했던 인물로 1527년 남곤이 죽은 뒤 좌의정·화천부원군(花川府院君)에 올라 수하에 이항(李沆)과
김극핍(金克臻)을 두고 권력을 독점했다. 동궁(東宮 : 후일의 인종)과 인척관계에 있으며 권력경쟁자였던 이조판서 김안로(金安老)를 귀양보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경빈 박씨의 동궁저주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사실이 드러나 김안로의 사주를 받은 대사헌 김근사(金謹思), 대사간
권예(權畝)의 탄핵으로 강서로 귀양갔다가 이항·김극핍과 함께 신묘삼간(辛卯三奸)으로 지목되어 사사(賜死)되었다.
한때 심정이
소요정(逍遙亭)을 짓고 명사들의 제시(題詩)를 구하여 현판에 써서 달았는데 때마침 박상이 시를 보내왔다.
반산에 상과 도마를 벌렸고 / 半山排案俎
추학에 술병과 접시를 놓았네 / 秋壑閣樽盂
송나라 왕완석과 가사도를 빗대어 은근히 욕하자 심정은 그 자리에서 시가 쓰인 현판을 내팽개쳐 버렸다.
박상의
인물됨에 대해 조선왕조실록은 "천성이 구애됨이 없고 매우 기개와 절조가 있었으며, 시어(詩語)가 웅장하면서 강건하며 기이하고 옛스러웠다"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서로는 '눌재집'이 있으며,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어 선현, 신광한, 황정욱 등과 함께 서거정 이후 4가(四家)로
칭송되고 있다. 또한 조광조는 그의 단경왕후 신씨 복원 상소가 강상(綱常)을 바로잡은 충언이었다고 극구 칭찬하였다.
<참고문헌 해동잡록, 燕山君日記, 中宗實錄, 朝野輯要, 燃藜室記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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