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고대문화의 중심지로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예향 나주정신을 일깨우고 지역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작가들을 찾아 그들의 작품세계와 일상 등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지난 8일 여름햇살이 머물고 있던 영산동의 한 공방에서 이석우(51)씨를 만났다.

황토 옷을 입고 있던 그에게서 깊이 베인 흙 냄새가 묻어났다. 이씨는 생계 수단으로 처음 도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리 거창한 입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군대 제대 후 먹고살기 위해 뛰어들었던 도예가의 길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예에 대한 애정이 깊어져 갔다. 이천, 여주, 김해, 용인, 수원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예를 공부했던 그는 14년전 다시 고향인 영산포로 돌아와 정착하면서 다양한 생활자기와 소품들을 만들었다.

▲ 이씨는 생계 수단으로 처음 도예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예술가들과는 달리 거창한 입문은 아니었던 것이다.

성형을 비롯해 유약을 바르기까지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도예과정을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해 온 그는 작품 속에 자신만의 도예철학을 담아냈다.

하지만 한 가정의 남편이고 아버지였던 그에게 도자기를 빚고 굽는 일은 풍족한 생활을 보장해 주지 못했었고, 그때마다 좌절에 부딪히며 흙에서 손을 떼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도예에 대한 그의 열정을 그를 붙잡아 주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작업까지도 혼신을 쏟아 내는 그는 "도예는 비춰지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섬세한 작업이다"며 "한순간의 작은 흐트러짐이 작품을 망쳐버리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이씨는 흙 작업을 할 때 가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자유로운 손놀림에서 흘러나오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그의 공방에 있던 전축은 오랜 그의 도예인생을 담고 있는 듯 했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친근한 도예가로 다가가고 싶다는 그는 "작품 하나 하나에 애착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도예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생활여건이 허락이 되면 생활소품이 아닌 국보급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는 부인 고순덕(45)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용산동에서 화목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