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미워함(憎蠅)

憎類蒼蠅憎  미워하는 부류 가운데 파리 미워함이
無如萬物中  만물 가운데 이만한 미움이 없네
開?先集匙  밥 뚜껑을 열면 먼저 수저에 모여들고
欲睡已侵瞳  자고자 하면 이미 눈동자에 달려드네
見白爭謀黑  하얀 것을 보아도 다투어 검은 것을 꾀하고
尋漁競放?  물고기를 찾으면 다투어 벌레를 내어놓네
乘炎雖若此  더위를 틈타 비록 이와 같이 한다 해도
見雪汝何功  눈이 오면 네 무슨 공을 세우리 ?

▲ 김종순 고대문화팀장

이시를 보면서 시서선생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소한 문제까지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여 시로 표현하고 있는 모습에서 더욱 그렀습니다.

요즘은 주변의 위생상태가 좋아져 파리는 많이 없어진 것 같은데 축사에 가면 어김없이 때로 몰려 있는 파리를 볼 수 있습니다. 시 내용을 보면 요즘 파리와 하나도 달라진게 없습니다.

밥에 몰려들고 눈동자에 몰려들고, 그러나 선생은 파리를 통해서 세상을 향해 의미있는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두줄이 시서선생이 하고자 하는 말입니다. 더위가 가고 겨울이 오면 어쩔래 하고 있지 않습니까 ?

세상의 일도 이러하지 않겠습니까 ? 권세가 붙어서 이런 저런 혜택을 보다가도 그 사람이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 하듯이 또 다른 권력을 찾고 이런 파리때 같은 이들은 되지 말아라 

350년 전에 나주에 살았던  시서선생이 말하십니다. 그리고 파리와 관련된 말은 대부분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례로 파리목숨, 나갔던 파리 왱왱거리다. 파리 경주인 등등입니다.

학을 노래함(?鶴)

宜乎名得九皐禽  아홉 언덕의 새라는 이름 얻음이 마땅하니
藻質來從玉圃陰  아름다운 바탕은 옥포의 남쪽에서 왔구나
呂洞暮朝隨鐵笛  신선 여동빈은 아침저녁으로 칠적을 따르고
淸溪上下度瑤岑  청계는 오르락 내리락하며 요잠을 건너네
閣軀剩穩三淸夢  몸을 둠에 삼청의 꿈이 넘치게 존재하고
引領長懷萬里心  목을 느림에 늘 만리의 마음을 품는구나
却悔剪翎王太傳  날개를 자른 왕태부가 후회스럽나니
?將遺事入新吟  그저 남은 이야기가 새로운 시구로 드네
※ 여동 : 여동빈을 말하며 도가의 팔선 가운데 한분이다.
   청계 : 청계소고를 가르킨다. 민간에서 모시는 신의 한사람
   삼청 : 도교에서 모시는 세명의 최고신, 삼보군이라고도 한다,.

시서선생은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면서 이와는 반대인 학에 대해서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요즘 여름철새인 학이 때로 몰려와서 살고 있습니다.

문화예술화관 뒤편의 대밭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모습을 혹 보셨는지요 물론 근처에 사시는 분들의 고초는 미루어 해아릴 수 없지만, 학은 우리민족이 좋아한 새입니다.

학의 흉내를 낸 동래학춤도 있고요 옛 관리들의 관복에도 등장합니다. 특히 학을 감싸고 있는 순백의 깃털이 순수함을 상징하여 선비의 지조를 뜻하며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에 들어있는 새입니다.

▲ 문화예술화관 뒤편의 대밭에 둥지를 틀고 생활하는 모습을 혹 보셨는지요?학은 우리민족이 좋아한 새입니다.

시서선생은 학의 의미가 물씬 묻어나는 이 시에서 학을 제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몸을 둠에 삼청의 꿈이 넘치게 존재하고, 목을 느림에 늘 만리의 마음을 품는구나” 라는 표현이 그것입니다.

삼복의 마지막 말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참에 학처럼 고고하게 여름을 지내보심은 어떨런지요 마지막으로 나주시내에 유명한 다리가 하나있죠 학다리(鶴橋)입니다.

김종순  고대문화팀장(8월 1일자로 인사발령에 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