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보내거나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이나 비통함, 야속함은 바람이 파도를 부르듯 눈물을 부른다. 박용래 시인 역시 떠나보내야 했던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홍래 누나임이 분명하다. 열 살 위의 홍래 누나. 마흔에 상처한 남자에게 시집간 누나. 일 년 남짓 살다가 산고로 세상을 떠난 누나. 어머니 같았던 누나를 생각하면 울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때가 중학교 2학년으로 소년 박용래는 엉엉 소리 내어 울었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큰 기러기 같은 홍래 누이를 그린 시가 있다. “오동梧桐꽃 우러르면 함부로 노怒한 일 뉘우쳐진다./잊었던 무덤 생각난다./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옆 가르마, 젊어 죽은 홍래鴻來 누이 생각도 난다./오동꽃 우러르면 담장에 떠는 아슴한 대낮./ 발등에 지는 더디고 느린 원뢰遠雷.” (박용래 <담장> 전문) 눈물, 그것도 박용래 시인의 눈물은 어떤 거창하고 휘황찬란한 눈물이 아니라 사소하거나 소박하거나 하찮은 눈물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우렁 껍질이나 조랑말, 먹감이나 원두막, 얼레빗, 쇠죽 가마나 초가지붕, 도깨비불이나 개비름 같은 세상의 사라져 가는 것들, 누군가 관심으로부터 멀어졌거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것들을 즐겨 노래했다. 박용래 시인이 눈물을 흘린 것은 작고, 하찮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것들을 보듬는 애틋하고도 따뜻한 그의 심성과 감성일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울 겨를이나 기회가 좀처럼 없으니까. 

 

그렇게도 울었던 시인의 詩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초九節草>를 읊조리면 누구라도 안 울 재간이 없을 것이다.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박용래 詩 <구절초> 전문)

 

짤 거로만 생각했던 젓갈의 맛은 달고, 시고, 쓰고, 향기로웠다. 이렇듯 강경에 이르기 전에는 유일하게 젓갈의 고장이라는 거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강경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쭉한 문학인을 배출한 문학의 고장이기도 했다. 특히 박범신이 태어난 곳은 당시(1946년) 전북 익산군 황하면 봉동리였는데 이후 논산으로 편입되어 현재는 논산시 연무읍이 되었다. 추후 강경으로 이주해 성장했다.

 

그리고 앞서 강경상고 관련 김관식과 박용래 두 시인을 이야기했지만, 현제 강경고등학교는 원래 강경여자중고등학교였다. 이 학교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의 발상지 학교로 이름하고 있다. 특히 탤런트 강부자도 강경출신으로 강경중앙초등학교와 강경여고를 나왔고 미담으로 장학금의 쾌척했다고 알린다. 그래서일까. 강경에는 길 이름에 강부자 길도 있다. 달리 강경중학교 출신으로 고수라는 배우가 있다고 들었다.

 

또한 강경은 한마디로 작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면적이 가장 좁은 읍으로 1위의 지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애석하게도 2019년 퇴계원이 면에서 읍으로 승격되면서 현재는 두 번째로 적은 읍이다. 뚜벅뚜벅 걸어서 여행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 고속버스나 KTX열차 모두 논산을 이용 시내버스로 환승해야 하고 일반열차는 극히 드물다. 이웃 익산역을 이용 시외버스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강경읍을 여행하다 뭔가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주변 가까운 곳에 나바위성당(익산시 망성면 나바위 1길 146)이 자리한다. 강경역에서 대략 2.5km 정도에 있다.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로 1906년에 최초 지어진 건축이다. 증축 등을 거치면서 한옥과 양옥이 적당히 절충된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성당은 1845년 중국 마카오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모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전 전남 여수에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과 같이 강경도 그랬다. 지금은 맛있는 젓갈을 사는 거 외에 돈 자랑할 필요가 없다. 강경역 부근에서 원고를 전송하기 위해 와이파이wifi가 연결되는 카페를 찾아 발품을 팔았으나 헛수고였다. 읍내는 그만큼 요란하지 않고 조용하다. 겸손하다. 다만 오래된 풍경 오래된 맛의 강경이 주는 정감은 늘 발길을 부른다. 적어도 강경은 나에겐 너무나 예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