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일 요리연구가

“이런 자리에 일식 요리사가 초대받았다고 그냥 참석해도 될까요?”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사실은 내심 참석하고 싶었다. 평소 일식은 ‘한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었기 때문인지 큰 거부감은 없었다. 지금도 일식 요리사로서 ‘나주목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초밥보다 한식의 ‘매운탕’ 맛집으로 더욱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식 정찬 요리나 코스요리를 드셔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한식에는 ‘회’ ‘회무침’ ‘생선탕’ ‘생선조림’ 등등 많은 요리가 있다.

일본의 가이세키 요리와 견준다면 오히려 ‘한식’의 한상차림에 해산물이 더 많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의 한식’은 일본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은 맛이 있다.

9월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대한민국 한식 포럼’의 주체하에 ‘한식의 날’ 지지선언식 행사가 있었다.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탈리안 요리와 일식 요리를 본업 삼아 살아왔기 때문에 ‘한식’은 그저 당연한 한국인 식사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본행사에서 뵙게 된 많은 분을 통해서 ‘한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진행된 ‘한식의 날’ 지지선언식에는 유엔기구를 포함한 여러 단체와 세계 각국의 대사관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행사의 시작과 함께 들려오는 가야 금소리와 오와 열이 잘 맞는 아름다운 약선요리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많은 분과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교환했는데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47대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회장님’이었다. 그는 전역 후 국제구호사업과 결식아동지원 등, 자원봉사 위주의 자선 기업 ‘NGO월드투게더’의 4대 회장이다. 그의 활동을 뉴스와 방송에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 실물을 영접하게 되니 정말 기뻤다.

그런 그가 왜 ‘한식의 날 행사에 나왔을까?’라는 의문도 가졌지만, 의문은 금세 풀렸다. 요즘 학생들을 둘러보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입맛 또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병역의 의무를 완수하게 되는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 생활을 통하여 서구화된 식습관에서 ‘한식’으로 입맛이 바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에 열광했던 지금의 40대 50대들이 산증인들이다. 2024년 현시대의 국군장병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한식 식단을 준비하는 일은 얼마나 힘들 것이며 그런 어려움을 곁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또한 힘이 들 것이다.

그런 가운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0만 명이 넘는 장병들의 생명과 숙식 생활을 총괄 책임졌던 ‘김용우’ 전 참모총장 같은 분이 ‘한식’에 관심을 두는 것 또한 어쩌면 대한민국 ‘한식’업계에서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이 한식의 날 행사에 나와서 ‘지지선언식’에 동참하고 축사까지 해주신다니! 그리고 개인 적의 팬심으로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사진 촬영 또한 허락해 주셨다.

대한민국 한식 포럼 문웅선 회장의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문화의 한식의 날이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라는 말씀처럼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류열풍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라도 ‘한식의 날’이 꼭 지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