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일 요리연구가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인지 입추(立秋) 지났음에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바닷가에서는 벌써 ‘전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넙치과 생선인 ‘광어’는 11월~3월 딱 4개월을 제외하고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사라지고 쫄깃한 식감만이 남아있으며 5월부터 시작되는 돔, 숭어 등은 여름이 계속되면서 살이 물러지기 시작한다.

지금처럼 계속되는 더운 날씨에 생선 살이 물러질 때는 역시 전어가 최고이다.

물론 나주목 초밥에서도 지난 8년간 극소수의 단골손님들만 ‘전어 초밥’을 맛볼 수 있었다. 생선의 크기가 작고 잔뼈가 많아 손질하기도 불편한 것도 이유라지만, 안정적인 공급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광주의 ‘단우수산’ 덕분에 올가을부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전어’를 매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전어 초밥’은 초밥 중의 왕이라고 말할 정도로 맛이 좋고 정성이 많이 들어갈뿐더러 이 맛을 알아주는 손님들 또한 찾기 드물다.

전어라고 모두 같은 전어가 아니다. 전어의 크기는 계절에 따라서 달라진다. 그리고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 또한 다르다. 일본에서는 신코, 고하다, 나카즈미, 고노시로 등 크기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가을 전어는 ‘고하다’라고 불린다.

잡내가 나는 생선은 생강이나 실파를 올려서 먹는 게 상식이지만 ‘나주목 초밥’은 매일 아침 완벽하게 손질을 끝내기 때문에 실력의 자신감 표현으로서 전어 초밥 위에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다. 전어에 고명을 올린다면 전어 특유의 맛을 선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 또는 주택가에 각각 많은 초밥집이 많이 있지만, 계절에 맞는 생선을 손질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초밥을 정성껏 만들어 내놓는 초밥집을 요즘 들어 찾기 힘들다.

김밥(롤)이나 냉동제품(가리비, 한치, 단 새우) 따위를 끼워 넣어서 단가 맞춰서 마진을 남겨 먹기 바쁠뿐더러 빠른 회전율을 위해서 광어와 연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생선 초밥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주목 초밥’을 방문하시는 분 중에 메뉴판의 가격만 보고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손님들도 많지만, 정말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란 바로 이런 곳이다.

“아니 점심 특선에 ‘전어 초밥’이라뇨?”

“점심 특선에 성게 알도 나와요?”

“모듬 초밥에도 연어 알을 주시네요?”

흔히들 말씀하신다.

“이러면 뭐가 남으세요?”

“가게가 남습니다! 덕분에 올여름도 무사히 가게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마카세’라는 고급 컨셉으로 값비싼 인테리어와 식자재를 이용한 초밥집들이 몇 년간 잠깐 유행했었지만, 고급 가게들끼리 서로 흉내 내기에만 바빴고 1년 내내 같은 생선만 나오는 초밥집들은 결국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초밥의 왕 ‘전어 초밥’이 오늘 시작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입동 立冬이 되어 방어가 나올 때를 기다리게 되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맛좋은 생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