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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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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호] 승인 2024.06.23  22: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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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프랑스 말이다. 원래 노블레스는 닭 볏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를 뜻한다.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닭의 사명이 자기의 볏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 데 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프랑스식 속담이라 하겠다. 
 
공동체 내에서 지도층의 위상과 역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본질적 책무는 변하지 않는다. 혹자는 지도층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탈속적이든 세속적이든, 권력에 순응하든 저항하든, 문제점을 드러내 비판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회 지도층의 책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럼에도 지도층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교묘히 이용하여 사리사욕 추구에 열중하고 정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어느 지역사회건 간혹 있다. 이른바 ‘향원’(鄕原)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역행하는 사회 지도층의 암적인 존재가 향원이다.
 
논어에 ‘향원은 도덕의 적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쉽게 정의하자면 향원이란 ‘사이비 유덕자’(有德者), 즉 ‘겉으로는 덕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닌 사람’ 정도의 뜻이다. 
 
공자는 “향원은 덕을 해치는 도적”(鄕原德之賊也)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원은 논에 있는 가라지(피)와 같은 존재다. 가라지는 벼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잡초여서 노련한 농부가 아니고서는 열매를 맺을 때까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다. 가라지가 벼의 성장을 방해하듯이 향원도 사이비 지도층(지식인)으로서 사회에 큰 해를 끼친다”라고 일갈했다. 
 
맹자 역시 향원을 “충실한 듯, 청렴한 듯하기에 군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사이비’”라고 말했다. “그냥 사이비가 아니라 진짜에게 해를 입히는 악성 소인배”라고 했다. 언뜻 보면 삼갈 줄 알고 행실이 도타워서 누구에게나 좋은 평판을 듣는다. 하지만 이는 본색을 감춘 채 그러한 척한 것에 불과하니, 한마디로 “삿된 욕망을 숨기는 위선자라는 것이다. 
 
나쁜 놈은 누구나 나쁜 줄 알기에 속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적당하게 처신하면서, 궁극적으로 자기 이익이나 이름을 챙기고, 뒷구멍으로는 궂은일을 일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인간들은 쉽게 알아보기 힘들다. 양두구육(羊頭狗肉) 하기에 많은 사람이 속거나 이용당한다. 이런 인간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크고, 그 해악은 지역사회를 병들게 한다.
 
나주도 여기저기에서 향원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린다. 지방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에는 지역주민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리사욕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의원 향원’, 나주 권력의 실세로 등극해 뒷전으로 이권을 챙기는 ‘비선 향원’, 시민운동, 환경운동, 농민운동 등 운동가 연하며 뒤로는 엉큼하게 이득을 챙기는 ‘운동 향원’ 등이 지역사회에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사이비’ 기자도 빠지지 않는다.
 
요즘 나주가 지역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특정 시의원과 관련해 시끄럽다. 나주시자전거연맹 이태유 회장과 최정기 시의원과의 진실 공방(나주시자전거연맹 관련)이 지역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뜨겁게 달구더니 급기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이 회장은 최정기 의원에 대해 두 번에 걸쳐 나주시의회에 징계청원서와 나주시의회 징계위원회 회부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나주시의회가 두 번 다 반려하자, 6월 11일 나주경찰서에 최 의원을 고발했다. 17일에는 엄벌해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주현진 전 나주시자전거연맹 사무국장도 5월 18일 나주경찰서에 최 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최 의원이 두 사람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나주시자전거연맹 관련 진실 공방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문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최선봉에 서야 할 위치에 있는 시의원이 사실 여부를 떠나 불미스러운 일의 중심에 있다는 자체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방의원은 지방의회를 통해 지역 내 제반 사회영역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역 정치의 핵심 구성원으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지방자치법 36조 1항은 “지방의회 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지방의원이 그 직무수행 과정에서 공익을 우선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법 제36조 제2항은 청렴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3항은 이권 불개입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등 개인으로서의 사회생활에도 지방의원의 신분에 합당한 품격과 위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초의원은 해당 지역의 동량(棟梁)으로서 그 지역 정치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다. 아니 그런 책임감으로 매사에 임해야 한다. 생활 자치(정치)를 잘 배우고 익혀 장차 도의원, 기초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으로 진출해 지역사회를 견인해야 한다. 
 
역사는 인간을 앞으로 맞이하지만, 뒤로 평가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지도층의 앞모습보다도 평상시 뒷모습을 보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모습을 꾸며서 성실을 가장하고 유덕자인 척하기보다는 자신의 뒷모습을 가다듬어야 한다. ‘염불보다 잿밥’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로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바른 본을 보여주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구정물을 만들어 내어 서민들을 실망하게 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 사회는 싹수가 노랗다. 
 
우리 속담에 ‘사주팔자(四柱八字)에 없는 관(冠)을 쓰면 이마가 벗어진다’는 말이 있다. 타고난 자질이나 능력이 없는데 벼슬을 탐하거나 맡으면 머리칼이 빠진다는 것으로, 자기 분수에 넘치는 일을 맡으면 도리어 괴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점에 당을 잘 만나 ‘의원님’ 된 인사 중에서 혹 자신이 사주팔자에 없는 관을 쓰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나주의 지도층, 특히 ‘시의원님’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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