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간이역에서 만난 문학작품
오지리에 두고 온 공선옥의 열차표 옛 곡성谷城역 (1)
나주투데이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881호] 승인 2024.06.23  22:12: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김채석 기행작가

경전선 열차가 전남 보성을 흐를 때 명봉역에 문정희 시인의 사부곡 명봉역과 예당에 이르면 이수인 시인의 예당기행이 반갑다.

다음 역 조성은 역 주변의 시장 등이 다양한 송기원 문학의 배경이고, 별교는 순천행 열차를 기다리며 김범우가 삼각뿔 모양의 첨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보성역의 플랫폼부터가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다. 그래서 경전선 열차가 보성을 흐를 때 문학열차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전북의 익산과 전남의 여수를 잇는 전라선 철길의 중심부에 곡성역이 자리하고 유독 섬진강과 17번 국도와 전라선 철길과 사이좋은 동무와 같이 다정하게 흐른다. 이 중에서도 이동수단인 국도나 철길과는 달리 섬진강은 시종 자연의 모습으로 흐른다. 이러한 섬진강을 단순히 생각하면 육백 리를 흐르는 호남 동부의 젖줄로만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나는 문학의 젖줄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어떤 근거로 섬진강을 문학의 젖줄 운운하냐고 물으신다면 먼저 섬진강유역 상류의 임실 덕치의 진메마을과 섬진강을 이야기하는 김용택 시인과, 남원 사매면의 서도역과 노봉마을, 노적봉이 배경으로 강점기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이다. 다음으로 곡성의 절집 태안사에서 태어난 국토의 시인 조태일이 있고, 강을 따라 예를 구하는 고장 구례에는 허리 푸른 섬진강이 나를 키웠다.”는 이시영 시인이 있다.

강물은 흘러 하동의 초입 악양에 위치한 화개장터와 쌍계사는 옥화의 출생비밀을 담은 김동리 단편의 역작 역마의 배경이다. 고소산성이 있는 평사리는 최명희의 혼불과 같은 시대를 이야기하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1부의 주요 공간이다. 또한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경남 하동과 산청, 함양의 품고 있는 지리산은 나림 이병주의 대하소설 지리산의 배경이다. 감히 섬진강을 문학의 강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이러한 섬진강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곡성은 전남 북동부의 내륙에 위치해 담양과 화순, 순천과 구례, 전북 순창과 남원에 접해있고, 소백산맥의 지맥이 흐르는 가운데 735m의 동악산은 곡성읍과 입면의 경계에 우뚝 솟아있는 곡성의 진산으로 남쪽에는 사찰 도림사와 계곡이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다. 북쪽에는 청계동 계곡의 물이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그 상류에 제월습지와 함허정涵虛亭이 있다.

함허정은 젖을 함에 빌 허의 정자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조선 중종 38년에 문사 심광형이 지었으며 주변 절벽 아래로 섬진강이 흐르고 맞은편에는 유독 조용한 숲이 아늑한 제월섬이 자리한다. 너무나 가꿔서 인위적인 북한강의 남이섬에 반해 훼손하지 않은 섬은 거닐기에 편안한 정도의 길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 정도로 겸손하다. 이러한 곳이 무슨 드라마 촬영으로 무분별한 관광객들의 수준에 알려질까 걱정이 된다.

또한 곡성은 당시에 꼬마 배우 박지빈과 할리우드 배우 피비 켓츠를 닮았다는 신애라가 공연한 영화 아이스케키와 강제규 감독의 한국전쟁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기차역을 배경으로 하는 전체의 로케이션이 진행된 전라선의 옛 곡성역이다. 이러한 역이 직선화공사라는 이름에 개발이라는 부창부수로 폐선을 철거하고, 발상의 전환이라며 생뚱 랜드마크과 같은 초현대식 건물이 우쭐대듯 들어섰다면 어찌 되었을까.

우리는 흔히들 시골 하면 촌스러움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곡성은 치부하는 자를 일거에 촌스럽게 만들었다. 곡성의 오랜 전통시장은 현대식을 가미해 새로운 장소에 새롭게 확 바뀌었지만, 전라선 철도의 직선화공사로 인한 역사와 폐선을 철거하지 않았다. 옛것을 보존함은 물론이거니와 근본을 바탕으로 하는 변화 아닌 변화를 꾀한 것이다. 마치 어릴 적에 고향역의 모습을 상실시키지 않는 기억의 공간이자 기억의 장소로⸱⸱⸱⸱⸱⸱,

그러한 기억 하나가 곡성역에 있다. 1980년대 초반 즈음에 친구와 동순천역을 출발해 익산으로 가는 완행열차를 순천시 황전면에 위치한 괴목역에서 올랐다. 열차는 내구와 구례구, 압록을 지나 곡성에 이르는 동안 덜컹거리며 섬진강을 따라 거슬러 올랐다. 열차 안은 승객으로 북적이는 가운데 마주 보는 좌석의 맞은편에 촌로 어르신과 젊은 여성이 앉았는데 어르신은 술에 잔뜩 취한 모습이고, 젊은 여성은 창피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열차가 곡성역에 이르렀다. 커다란 봇짐을 챙겨 머리에 이고, 양손에 들고,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하객들을 보면서 친구와 나는 재촉하지 않고 느슨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술에 취한 어르신이 맨 마지막에 내리면서 비틀거리다가 철길 쪽으로 넘어져 신체의 일부인 다리가 레일에 오른 순간, 출발을 서두르는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움직이자 친구와 나는 냅다 달려 어르신의 몸을 부축해 끌어냈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광경을 출발하는 열차의 기관사가 목격했는지 열차는 멈췄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한 열차 승객들이 들어 올린 열차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모두 박수를 쳤다. 졸지에 박수 세례를 받은 것이다. 이리해서 출구 쪽으로 어르신을 부축해 가는데 동행했던 젊은 여성이 원피스 자락을 날리며 숨 가쁘게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술 취한 어르신이 창피해 열차가 정차하자 혼자 승강장을 빠져나가버렸던가 보다.

나중에야 그 여자가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짐 보퉁이를 바리바리 머리에 이고 들고 가던 아낙들이 , 이년아! 오늘 이 총각들이 아니었으면 느그 아버지 초상 칠 뻔 안 했냐?” “아니, 뭐 하고 있냐? 긍께 싸게 싸게 막걸리라도 대접해야제.” 어르신의 딸은 고맙다며 공손히 인사했다. 잘은 몰라도 같은 또래의 사내 둘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데 백주에 술에 취한 아버지가 몹시도 부끄러웠나 보다.

나주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나주투데이 창간 23주년 축사
2
49. 영강동 12~13통 부영아파트
3
결핍(缺乏)이 때로는 길을 만든다 (2)
4
윤병태 시장 “20만 글로벌 강소도시, 시민과 함께 활짝”
5
나주시 인사발령 2024.7.12.자
6
국제보호새 황새가 나주에 돌아왔다!
7
나주투데이 이철웅 편집국장 창간 23주년 기념사
8
나주시 인사발령 2024.7.19.자
9
김병호 나주시 안전도시건설국장 부임
10
태광갈비 나주혁신도시점, 갈비찜 밀키트 50세트 나눔 실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