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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목 중기 속 홍명주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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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호] 승인 2024.06.23  22: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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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허북구

최근에 1749(영조 25) 것으로 추정되는 나주목(羅州牧) 중기(重紀)가 발견되었다. 중기는 관공서에서 사무를 인계할 때 작성되는 문서이다. 해당 관리의 부임 및 이임 또는 일정 기간의 물품 관리와 회계 등의 변동 사항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중기는 일정 기간마다 상급 기관에 보고되어 정책 결정이나 관리들의 근무 상태를 확인하는 역할도 하므로 매우 사실적으로 기록되었다는 점에 과거의 중기는 그 당시 기관에서 사용된 물품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견된 나주목 중기는 약 275년 전의 나주목에 사용된 물품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자료이다. 발견 경위, 중기의 상태와 분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윤여정 나주문화원장께서 이메일로 보내온 중기 속 옷감 자료에는 나주목의 위상이 잘 나타나 있었다.

나주목 중기에 나타난 염색 직물 중에서 출현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홍면주(紅綿紬)이고 그다음이 람면주(藍綿紬)였다. 홍면주는 홍색의 면주이며, 면주(綿紬)는 꼬임이 있는 견방사로 제직하여 광택이 없고, 면포와 같은 물성을 지닌 평견직물이다. 면주는 조선 후기에 도포·철릭·창의·중치막·배자 등에 사용되었는데, 조선말까지 국내산 견직물의 취급과 판매를 했던 육의전(六矣廛)의 하나인 면주전(綿紬廛)에서 정부 관서와 왕실에 비단을 조달했다.

중기에 나타난 홍면주처럼 붉게 물들인 옷감은 당시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합성염료는 1856년에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므로 나주목 중기 속 직물 색은 모두 천연염색 된 것이다. 당시에는 천연염료의 종류에 따른 가격 차이가 컸었는데, 홍색 염료가 가장 고가였다. 홍색 염료에는 국내에서 재배된 홍화(紅花)의 꽃잎에서 추출한 붉은 색소와 수입산의 소방목(蘇方木)이 사용되었다.

홍화는 국내에서 재배되어도 꽃잎에 함유된 붉은색의 색소는 1%가 되지 않아 고가였다. 소방목 역시 중국 상인에 의해 태국산이 류구국(琉球國, 현 오키나와) 및 일본에 판매된 것과 함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동남아시아 소목을 일본에 판매하였고, 이것이 다시 조선으로 수입된 경우가 많아 비싼 염료였다.

더욱이 홍화염색의 경우 염색 과정이 복잡하고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함에 따라 염색한 천은 매우 비쌌고, 수입산 소목으로 염색한 천 또한 비싸고 귀했다. 그러므로 나주 중기에 나타난 홍면주(紅綿紬)는 붉은색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고급직물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고급직물이었던 붉은 색의 옷감으로 만든 옷은 돈이 있어도 신분이 받쳐 주지 못하면 입지 못했던 옷이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공복에서 단령(團領, 집무복)1품에서 정3품까지는 홍색 옷, 3품에서 6품까지는 청색 옷, 7품에서 9품은 녹색 옷이었다.

이것이 영조시기의 속대전(續大典, 1746)’에 의하면 정3품 이상 당상관의 공복은 심홍색이었고, 당하관(최고 정3품의 지위이나 정책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음) 역시 공복이 홍색으로 바뀌었는데, 일반적으로 높은 품계에서 낮은 품계의 옷은 홍()-()-()의 순서였다.

따라서 나주목 중기에 나타난 직물은 색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사용 대상이 다르고, 염색하는 곳과 구입처가 다르게 된다. 그렇다면 왜 1749년 것으로 추정되는 나주목 중기에는 고급직물이자 높은 품계의 관리들 옷에 사용되는 붉은색의 비단이 가장 많이 기록되어 있을까?.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은 당시의 나주와 나주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 홍화 염료로 염색된 천. (염색-남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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