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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만나시기 전에 곱디고운 처녀셨던 어머니
아버지 먼저 가시자 마음 비우시고
빈 들에 바람을 풀어 놓으시네
어둠의 시절 역사의 뒤안에서 헤매다
해방되어 상처 깊어지신 아버지 젊음
질긴 사랑으로 휘감아 일으켜 세우시고
손금에도 없는 구겨진 세월 마시며
배가 고파도 새벽 같은 아이들을 낳고
가시 돋친 비탈길 잘도 이겨내셨네
아버지의 눈 안에서 살던 앞산
아버지 떠나가시자
어머니 눈 밖으로 더욱 멀리 돌아앉고
세상을 향해 슬피 웃으시던 아버지 웃음소리
어머니의 눈물 되어 우리의 심장으로 젖어드는데
끌어안아도 허전하실 어머니의 생애를
나는 왜 잦은 신경통에서만 만나곤 하였을까
아버지 만나 척박한 시대의 아내가 되셨던 어머니
아버지 떠나가시자 남은 삶 세상에 모두 내놓으시고
새벽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의 어머니가 되셨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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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관희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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