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요즘 같은 때에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너도나도 3대 4대째 이어져 온 맛집을 찾아다니며 인증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정도이다.

 

“3대가 하는 집이 아니면 요리도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일본에는 오래된 가게가 많다. 보통 1대를 30년으로 치니 90년 100년 정도가 된 음식점은 발에 치일 정도로 많다는 얘기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100년 이상 된 가게나 기업은 약 27,000개 정도이고 이 중에 200년 이상 된 가게는 약 4,000개 정도이며, 500년 이상 된 가게는 140개가 넘는다고 한다.

 

“왜 이렇게 일본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래된 가게가 많을까?”

“오랫동안 대를 이어가며 한 가지 일을 계속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일본인들에겐 전통과 신의를 중시하는 기질이 있기 때문이고 “장인정신과 기술을 높이 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이를 가족경영의 장점으로 연결하곤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것과는 딴판이다. 그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를 이어서 해오던 일을 계속 해왔을 뿐이다.

 

약 2000년 전 고대국가 때 발생한 和(와) 문화가 최근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인데, 和(와)는 한국어로 발음할 때는 ‘화’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일본 음식과 옷을 화식, 화복, 일본과자를 ‘화과자’라고 말한다. 和(화)를 가장 쉽게 풀이하면 ‘사이좋게 지낸다.’라는 뜻이다.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 것인가?’ 그것은 바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는 것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천왕 천왕의 삶을 살며 귀족과 사무라이는 사무라이의 귀족과 사무라이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듯이 우동집을 하는 집안은 우동집을 고깃집을 하던 집안은 대대로 고깃집을 죽을 때까지 해야만 하고 자손들 또한 계속하여 그 일을 하며 살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때는 사회적 따돌림은 물론이고 죽임까지 당할 수도 있었다. 이를 ‘장인정신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지금까지도 마케팅하는 무서운 문화이다.

 

또한, 이런 것을 그대로 뺏겨와 한국에서 ‘몇 대째 이어온 국밥집’ ‘3대 초밥’ ‘전통음식’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는 프렌차이즈 식당들 또한 넘쳐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 사람들이 ‘일본여행’, ‘오마카세’ 등에 흠뻑 빠져 있음을 나무라는 기성세대들 또한 80~90년대에 일제 가전제품, 일제 카세트플레이어, 일제 학용품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 또한 ‘내로남불’이 아닐까? 

 

나 또한 부끄럽게도 일본 식민사관을 교육받으며 자랐으며 일본인의 장인정신과 전통요리를 공부하며 살아왔다. 지금은 그것이 ‘생업’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공부하고 부끄러운 모습 또한 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운영하는 ‘나주목 초밥집’은 어느덧 나주혁신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초밥집이 되었다. 물론 3대, 4대는커녕 나주살이는 겨우 8년째이며 상호를 변경하였기 때문에 올해에 겨우 2년 차에 접어든 가게일 뿐이다. 반일운동, 중국 폐렴, 일본원전 수 방류 등 많은 이슈와 계속되는 불경기로 타격을 입은 초밥집들이 하나둘씩 업종을 변경하거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나주혁신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초밥집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이제 내 차례가 돌아올 것만 같은 불안감으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