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마라 열풍이다. 마라 치킨, 마라 족발, 마라 떡볶이 등 마라 소스와 관련된 음식들도 계속 출시되고 있다. 빛가람동에도 진짜 중국인이 ‘마라탕’이 개업하였기에 호기심에 몇 번 먹어보았지만 대단한 기술이나 깊은 맛은 느낄 수가 없었다. 각종 채소와 어묵, 두부, 고기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알싸한 국물맛이 강하다 보니 식자재 각각의 풍미를 느낄 수 없는 엉터리 음식이라고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몇 번 먹다 보니 중독성이 생겨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천이라 마라탕’을 계속 찾게 된다. 왜 그럴까? 마라탕의 마(麻)는 삼베, 베옷 등을 나타내는 한자지만 중국어로는 마비시킨다? 라는 뜻을 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상당히 매운맛을 내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마라 소스의 매운맛을 내는 대표적인 향신료는 ‘화자오’와 건고추이다. 화자오는 중국 사천지역이 원산지다. 우리나라에서 ‘초피’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한식에서는 김장할 때 또는 추어탕이나 매운탕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서 사용하는 향신료이다.

 

중국 사천(四川)지역에서 화자오(초피)를 두루 쓰이게 된 이유는 바로 지역 이름처럼 주변의 4개의 큰 강과 험한 산맥들 때문에 여름에는 무척 덥고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천사람들은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을 소금에 절이거나 향신료를 뿌려 저장을 했는데 대표적인 향신료가 바로 화자오(초피)와 건고추였기 때문이다. 화자오(초피)의 얼얼한 맛과 건고추의 뜨거운 불맛을 합쳐서 ‘마라’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다. 

 

四川(사천)이라는 지역 특성상 수많은 상인과 뱃사공들이 오가며 쌓인 피로에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와 고기 부산물들을 넣어서 끓여 먹었던 것이 마라탕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음식으로서 간편성과 중독성은 금세 강을 따라 중국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마라 열풍이 몇 년째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뱃사공이나 상인들만큼이나 이른 아침부터 늦을 저녁까지 학교와 학원 등을 오가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음식으로서 정말 잘 맞아 떨어진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해 본다.

 

빛가람동에 ‘천라마라탕’을 오픈한 중국인 ‘김복두’씨 또한 가게를 얻기까지 15년이라는 세월을 외국인 노동자로서 살아왔지만, 지금은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영주권자이고 틈틈이 귀화를 준비하고 있다.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조상님의 나라인 한국으로 이주해와서 살아온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귀화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국에서 번 돈을 중국으로 보내지 않고 부모님까지 모셔 와서 한국에서 살고 있었지만,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과 멸시가 섞인 말에 상처를 입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서울을 떠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바로 이곳 전남 나주까지 내려와야만 했다. 지난 8년 전의 나처럼 그도 ‘나주’를 고향 삼아 살아가길 빛가람동 ‘천라마라탕’ 김복두 씨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