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소설 표해록
청산 윤영근의 소설 표해록 - 4. 사느냐 죽느냐(27) 선원들은 정상을 되찾고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262호] 승인 2007.06.15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위협적인 바람은 자신의 큰 힘을 과시하듯 호통을 치면서 수정호를 때린다. 하늘과 바다가 질풍노도를 일으켜 수정호의 뱃전을 후려갈긴다.

그리고 부셔진다. 난파당한 수정호가 비틀거린다. 물먹은 수정호는 이미 힘이 빠져버렸다.

  "철썩 철썩 우르릉 꽝."

 성난 파도의 무서운 괴성이 천지를 진동한다. 바다 위의 모든 것들은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듯한 파도가 몸서리치게 한다. 아무리 큰산이라도 일격에 무너뜨릴 듯한 파도는 대양을 손안에 쥐고 흔들어댄다.
 
 경차관 최부를 포함한 43명이 탄 수정호가 폭풍 속의 흑산도 앞 바다에서 생존의 격투를 벌리는 장면은 처절하다 못해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성난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겪어본 자라야 안다.

새날이 돌아왔지만 흐리기만 할 뿐 개일 징조는 조금도 없었다. 과연 최부 일행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오로지 하늘의 뜻에 따르는 길밖에 없을까?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였다.
 
 수정호의 선원들은 최부의 감동 어린 호소로 일단은 정상을 되찾았다. 파도가 조금 그치고 수면이 잠잠해지자 김구질회를 시켜 돛을 손보게 했다.

그는 부지런 할 뿐만 아니라 손 솜씨가 섬세해서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었다. 현산(玄山)을 불러들인 그는 배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돗자리의 왕골나부랭이들을 긁어모으도록 했다.
 
현산은 그의 이름처럼 얼굴 색깔이 검고 선이 굵었지만 책임감이 강해 할 일은 기어이 해내는 성격의 소유자다.

갑판 위에 걸려있는 돗자리 찌꺼기들을 모았다. 다시 주워서 기다란 장판처럼 만들기 시작했다. 한나절쯤 지나자 제법 그럴듯한 돛이 만들어졌다.

어쩐지 헙수룩하고 구멍이 송송 뚫린 돗자리를 돛으로 쓰자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달리 묘책이 없었다.
 
나주의 배리 손효자(孫孝子)는 효심이 지극할 뿐만 아니라 목공일에 특기를 갖고 있는 자였다. 그는 누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먼저 나서서 돛대를 만들어 세우는 일에 앞장섰다.

그러나 지난 태풍 때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수정호의 전복을 막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달라붙어 도끼로 잘라버린 돛대가 아니던가!
 
승사랑(承仕郞) 이정을 불러내 창고에서 곧은 장목을 가져오도록 했다. 도끼로 잘린 밑동을 다듬어 내고 그 자리에 다시 기둥을 세우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똑바로 세워라. 그래야만 넘어지지 않는다."
 
사무장의 소리에 각도를 맞추고 흔들리지 않게 방향을 맞췄다. 90도가 정확하게 짜 맞추어야 한다.

어느 방향에서고 불어오는 바람을 받아야 할 돛은 각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넘어지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각을

맞게 잡아 수직으로 세워야 제 자리에 서는 것이 기둥이다.
  긴 줄로 연결한 돛대의 밑에서부터 도르래로 천천히 잡아 당겼다. 새로운 돛이 올라간 모습을 본 배 안의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다.

부서진 배를 수리

  "이제는 배답다."
  "와-아, 수정호가 최고다!"
 
잘라낸 돛대의 밑동을 조심스럽게 잘라서 닻을 만들었다. 우선 열십자 모양으로 깎아서 갈고리처럼 끝 부분을 다듬었다. 그런대로 쓸만한 닻이 만들어졌다.
 
끊어진 밧줄을 다시 연결하고 손을 본 다음 닻을 묶었다. 어선을 탔던 경험이 있는 격군들은 아무리 어려운 일도 척척 이었다.

그야말로 만능이요 맥가이버의 손이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 하겠다. 바람 따라 서쪽으로 향한 배는 제법 빠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배가 가는 목표점이 어느 쪽인지 구별은 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순풍을 만난 것이다. 커다란 물결이 일렁이는 사이로 무엇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움직이는 물체가 아른거렸다.

파도가 만들어 내는 물결 따라 보였다 숨었다를 반복한다. 거대한 물고기가 있을까? 아니면 잠수함이 숨어있는 것일까?
 
배가 운항하는 도중으로 더더구나 물결도 같이 움직이므로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려웠지만 움직이는 모습은 분명했다. 수면위로 보이는 것은 기다랗고 거무스름한 지붕 같았다.
 
배위의 호송군(護送軍) 임산해가 소리쳤다.
 
"물보라가 솟는다."  "저기다 저기!"
 
 파도가 나부끼고 물결이 일렁이는 곳에서는 분수에서 뿜어나는 물줄기 같은 하얀 빨래 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내뿜는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쏘아대는 물총이다.
 
 "고래다! 고래."
 
그러자 초공 김고면이 손을 입에 갖다대며 주의를 주면서 손을 흔들면서 말을 못하게 큰소리로 외쳤다.
 
"위험합니다. 조용히들 하세요. 화난 고래가 시끄러우면 배를 넘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와-아, 고래다. 고래!"
 
 놀란 사람들이 두입을 다물고 지켜보기만 했다. 수정호가 멀리 지나간 다음 수면이 잔잔하며 조용해지자 초공이 말했다.
 
"저것은 고래입니다. 고래란 놈은 어찌나 큰지 우리 배를 삼킬 정도입니다. 물론 작은 고래도 배를 뒤집어 버릴 정도지요. 다행이 배와 고래가 정면으로 만나지 않아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죽을 지도 모를 위험한 순간을 무사히 넘긴 샘입니다."

흑산 앞 바다에서 잡힌다는 무지 큰 고래였던 것이다. 고래는 어찌나 큰지 수정호 쯤은 입으로 빨아 마시듯 삼켜버린다는 가공할만한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는 녀석이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래지만 칠흑색으로 짙은 청색바다에서는 얼른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비늘이 없어서 미끈한 몸에 바다 물이 반질거려 물색으로 보일 때는 더더욱 식별이 안 된다.

신광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메뚜기 한철’이 아닌 행정사무감사로 거듭나기를
2
10. 노안면 오정리 오리마을
3
입찰공고 냈다가 철회한, 나주시의 이상한 공사
4
총무기획위원회, 총무과 자료 제출 미비로 행정사무감사 파행
5
나주 학술회 개최
6
김정숙 시의원 “나주시 사무관 58명 중 29명 광주 거주”
7
SRF가동저지 자발적 시민모임-자발모(1)
8
’악몽’
9
나주시의회 진보당 황광민 의원 5분 발언
10
나주투데이 社告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