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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동전
홍관희 시인  |  hongsiin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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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호] 승인 2023.05.29  0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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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그러진 동전으로는 공중전화를 걸 수 없지만
  찌그러진 동전으로도 전화 요금을 낼 수가 있다
  찌그러진 동전은 볼품이 없고 외롭기는 하지만
  찌그러진 동전은 어디에서나
  어김없는 10원짜리 동전이어서
  언제나 에누리 없는 10원만큼의 일을 하고
  죽을 때까지 10원만큼의 신용을 잃지 않는다
  찌그러진 동전은 물건을 살 때에도 가장 먼저 쓰이고
  찌그러진 동전은 거스름돈으로도 가장 먼저 쓰이며
  누구에게나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내쫓겨 다니지만
  찌그러진 동전은
  신기료장수 할아범의 해진 주머니 속에서도
  배추 장수 아주머니나 예술쟁이 주머니 속에서도
  높은 벼슬아치와 배부른 자들의 주머니 속에서도
  성한 10원짜리 동전들과 더불어 10원으로 살아 있고
  어디에서나 공평하게 10원의 가치로 해방된다
  찌그러진 동전은 성했을 때에도 10원짜리 돈이었고
  찌그러진 동전은 찌그러져서도 어김없이 10원짜리 돈이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 홍관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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