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천연염색 이야기
나주 황칠
나주투데이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855호] 승인 2023.05.29  01:55: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허북구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부학회장

황칠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교목이다. 동아시아와 남미, 말레이반도 등지에 약 7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전남과 경남의 도서 지역과 제주지역에 1종류가 분포돼 있는데 전남이 최대 산지이다. 

황칠은 음력 6월경에 칼로 황칠나무 줄기 표피에 금을 그어서 수액이 나오게 하여 채취한다. 옻칠이 검은 데 비해 황칠은 황금색이어서 황칠(黃漆)이라 한다. 내구성, 내열성, 방충성이 옻칠보다 훨씬 뛰어나 아주 귀한 도료이다. 도료로 많이 알려진 황칠은 황색 염료로도 사용된 전통이 있다.
 
황칠나무의 주 자생지는 완도, 대흑산도 등지이나 나주에서 많이 이용된 전통이 있다. 홍어가 흑산도에서 많이 잡히나 나주에서 발효 과정을 거친 삭힌 홍어의 식용문화를 만들고 꽃을 피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황칠이 나주와 관련해서 문헌에 나타난 것은 고려시대이다. 1123년에 사절로 한 달 동안 고려를 방문했던 송나라 문신 서긍(徐兢, 1091-1153)이 지은 책인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23권에는 “나주(羅州)에서는 백부자(白附子), 황칠(黃漆)이 나는데 모두 조공품(土貢)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당시 나주목 관할인 완도, 대흑산도, 어청도가 황칠나무의 자생지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황칠을 사용한 뛰어난 유물에도 나주산이 빠지지 않는다. 조선 시대 나주에서 만들어진 부채로 대영박물관에 소장돼있는 황선(黃扇)에도 황칠이 사용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유명한 미술평론가이자 인 미술사학자였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가 높게 평가한 나주의 명공(名工)이 후손 집에는 지금도 황칠을 한 가구와 다수의 목물(木物)이 전해지고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가 1937년에 쓴 전라기행(全羅紀行)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동네에 나가 나주반(羅州盤)을 구하려 해도 파는 가게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석규(李錫奎)라고 부르는 한 사람의 명공(名工)이 살아 있다. 안내를 받고 그 공방을 찾았다. 이미 노인이었다. 그 아들과 제자들이 일을 도와 주문을 받았다. 완성된 것을 보면 모양에 군더더기가 없고, 칠(漆)도 정직하여 일에 빈틈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것보다 값은 비싸다. 해석에 따라서는 물건이 좋은 만큼 싸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곳의 나주반을 많이 주문했다. 이 노공(老公)에게 부탁할 기회도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없어지면 일을 이을 사람은 끊이지 않을까? 싸구려에 밀려 좋은 물건을 주문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 쓰던 아름다운 쇠붙이가 달린 장롱에 마음이 끌렸다. 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그러나 노공은 승낙하지 않았다. 지금은 마음에 드는 재료를 구할 수 없으므로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풍족하지도 않은 그가 이 값진 물건의 주문을 단호히 거절하는 마음에 우리는 일격을 당했다. 노인의 수명에 축복을 빌었다.”라는 내용이다. 
 
이석규(李錫奎) 옹의 유작에는 황칠을 한 장롱이 여러 개 전해지고 있어 야나기 무네요시가 마음에 들어 했던 장롱은 황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나주는 산지에 가까운 소비지와 이용 기술이 더해져 황칠 문화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황칠은 과거에 도료와 염료 외에 왕실의 건강식품으로 쓰일 만큼 귀한 약재로 이용되었다. 간 기능개선, 혈액순환 촉진작용, 면역력 증진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나주에 식재 되어 있는 황칠나무들도 잘 자라고 있다. 
 
나주의 황칠 이용 전통문화에 기반하여 식품까지 활용하여 나주의 자산으로 삼았으면 한다. 특히 나주에서는 돈차의 주요 산지였던 만큼 황칠나무 잎으로 돈차 등을 만들어 차뿐만 아니라 곰탕, 삼계탕 등에도 활용해 나주 특산 관광 음식으로 발전시키길 기대한다.
 
   
▲ 황칠로 염색한 모시 조각보(이남희 작품)
나주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 국회의원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2
학교 공간을 생각한다
3
공무원들에게 고향사랑기부금 강요한 나주시
4
30. 봉황면 철야마을
5
직원들과 소통이 필요한 ‘더 큰 나주 아카데미’
6
아무런 변화 없는 민선 8기 나주시
7
나주시 총무과장은 민원 해결사(?)
8
뇌물 사회학
9
영산동 관내 5개 통 통장들 뿔났다
10
나주시 인사발령 2023.9.25.자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