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사에서 수계하고 저녁에 돌아와 경치를 보며(修契旌烈祠 夕還卽景)

浣紗溪畔柳依依 완사계의 냇가에 버들이 흐느적거리고
臺廢僉知暮草菲 첨지의 누대가 무너지고 저녁 풀이 우거졌네
雲外亂山何處寺 구름 너머의 어지러운 산 어느 곳이 절인가 ?
百花深處一僧歸 온갖 꽃이 깊은 곳에 한 스님이 돌아가네

 위 시는 정열사에서 계를 치고 돌아와서 지은 3편의 시 가운데 하나이다. 이시의 정황으로 봐서 월정봉 아래에 있었던 정열사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어느곳이 절인가 라는 정답은 아마도 시서선생의 문집에도 자주 등장하는 다보사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시에 등장하는 스님은 다보사 스님이 아니신가 합니다.

남간 등 친구들과 만나 창의사의 옛터에서 이야기하다(與南澗諸友會話倡義使舊基)

曾陪杖?幾容堂 일찍이 어른을 모시고 몇 번이나 사랑에 있었던가 ?
今日空基草自荒 오늘은 그저 터만 있고 풀이 황폐하구나
承家無說無宗祀 집안을 이음에 종손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千載功勳在晋陽 천년의 공적이 진주에 있구나

西溪上下花如海 서쪽 시내의 위 아래로 꽃은 바다와 같고
東陌高低柳如絲 동쪽 길가의 올망졸망한 버들은 실과 같네
誰知今日携南磵 누가 알리오 오늘 남간을 데리고
籍草遺墟共一? 남겨진 터의 풀밭에 앉아 함께 한잔 하는 것을 ?

 이시는 정열사 수계시가 쓰여진 문집의 조금 뒤쪽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이시도 3편을 쓰셨는데 2편만 소개합니다. 첫 번째 시의 3째 구절 종손이 없다는 사실의 기록은 건재선생이 진주성 싸움에서 장자 상건과 함께 투신 순절하였던 사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 구절의 이야기 역시나 진주성 전투현장에서 순절하심을 알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소개시의 남간이란 분은 나주나씨 이신 나해봉 선생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석현동의 계간사란 사우가 있는데 여기에 모셔져 있습니다.

▲ 정열사

 정열사 수계란 시를 지었던 시기는 대략 짐작컨대 1606년이 아닌가 합니다. 시 내용으로 보면 시서 선생이 정열사에서 수계를 하고 돌아왔다는 말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정열사는 현재는 대호동에 소재하지만 최초 건립은 1606년 성의 서쪽 월정봉 아래에 사우를 건립하였다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창이 된 일년후 정열사는 성내 즉 옛잠사터로 이전하였습니다. 창의사의 옛터에서 이야기 하다의 시는 생전에 같이 교류하던 건재선생의 아주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아니면 문득 건재선생이 생각나 친구들이 건재의 옛집터에 모여서 생전의 건재를 생각하며 한잔씩 한 것 같습니다. 혹 이런 친구가 있으십니까 ? 그럼 정열사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정열사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김천일 선생을 추모하여, 나주의 인사들이 선조 39년(1606) 나주 월정봉 아래에 건립하고 그해 12월에 조정으로부터 정열사라 사액되어 창의사 김천일 선생을 주벽으로 하고 김상건(?～1593)양산숙(1561～1593)을 배향하였습니다.

1607년 성내로 사우를 이전하였고, 1618년(광해군10) 영의정에 추증되자 예조정랑 신달도를 치제관으로 파견하여 제향하였고 이후 여러차례 국가의 은전이 계속되었던 호남의 대표적인 충절사우입니다.

 그 후 연대가 밝혀지지 않으나 임회(1562～1624)가 배향되었는데 1745년 제문에 김천일, 김상건, 양산숙만 기록된 것으로 보아 임회는 그 이후에 배향되었음을 알 수 있고 이용제는 『서원가고』에도 나타나지 않아 더 후대에 배향되었음 알 수 있습니다.

고종 5년(1868) 훼철령으로 헐리고 1966년에 남산공원에 복원되었다가 다시 1985년 정열사가 대호동에 건립되었습니다.

 한편 정열사비(도기념물 48호)는 선생 서거 34년 후인 인조 4년(1626) 나주 유림들이 공의 사우 정열사에 세운 것입니다.

비는 귀부 위에 비신을 세우고 사각형의 이수를 올려 놓았으나 비신의 석질이 좋지 못하고 비문의 마멸이 심하여 해독이 곤란할 정도입니다.

비 제목은 정열사비라 전각되어 있고, 비문을 지은 사람은 신풍군 장유(張維)이며, 이숙(李潚)이 글씨를 쓰고 김상용 전(篆)을 썼습니다.

당시 관찰사 민성징(閔聖徵) 나주목사 유여각(柳汝恪) 조홍립(曹弘立)이 세웠고,. 비문의 내용은 당시 김천일 선생의 의병활동을 자세히 적고 있습니다. 
 
 비문의 중심 인물 창의사 김천일 선생은 중종 32년(1537) 나주에서 출생한 의병장이며 진주성 전투의 삼장사의 한 분입니다.

자는 사중, 호는 건재 또는 극념당, 본관은 언양이고 유일로 천거되어 선조 6년(1573) 군기사 주부가 되고, 선조 11년(1578) 임실현감을 지냈습니다.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 때 나주에 있다가 의병을 일으켜 순절하신 분입니다.

 조정으로부터 판결사의 벼슬과 창의사의 호를 받고 많은 전공을 세웠으며, 왜적이 남으로 퇴각하기 시작하자 적을 추격하여 진주성에 주둔, 절도사 최경회, 황진, 고종후, 장윤 등과 함게 사수를 다짐하였다가 마침내 성이 함락당하자 아들 상건과 남강에 투신 자결하였습니다.  문열의 시호를 받았으며 『건재유집』이 전합니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왠지 모르게 호국보훈하면 최근의 일만 생각하는데 임진왜란의 백척간두의 시기에 초개와 같이 목숨을 바치신 건재선생은 나주의 대표적인 충절인물입니다.

정열사에서는 선생의 의병 기병일에 선생과 함께 했던 충절인물에 대한 제향을 올립니다. 올해는 6월 30일입니다. 이날은 토요일이기에 자녀의 손을 잡고 행사에 한번 참석하심은 어떨런지요 

김종순 문화재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