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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낮달-5.18 국립민주묘지 7묘역 8번, 친구 김요한을 생각하며
홍관희 시인  |  hongsiin3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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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호] 승인 2023.05.15  0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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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들이 나는 걸 포기하지 않듯
  우리는 오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내 몸을 기어오르는 개미가 미안한 것처럼
  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무등산을 오르는 건 
  미안한 일이기는 했다

  가난만큼이나 힘겨운 가파른 산길을 만난 친구가
  작은 어깨라도 내주어 
  오르기가 힘든 사람들의 완만한 능선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며
  휘이익 휘이익 부는 휘파람이
  여기저기 봉우리에 부딪히며 메아리로 산을 떠돌자
  숲속의 나무 이파리들이 그 휘파람을 품어 주었다

  시선은 본능적으로 큰 봉우리를 향하고 있었으나
  우리가 꿈꾸는 건 봉우리가 아닌 
  무등(無等)한 세상이었다


  2
  광주 금남로에 있었다는 이유로
  친구의 몸통에 동굴을 뚫고 지나간 괴물 총탄이
  광주 봄날에 깊숙이 박혔다

  하루아침에 앉은키로 세상을 마주하게 된
  친구의 계절은 
  지워지는 봄날에 늘 갇혀 있었다

  휘파람을 품고 있어서인지
  친구의 잦은 통증에
  반창고처럼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무등산 나무 이파리들의 떨림이 그치지 않았다

  산천에 꽃들이 요란하여도
  친구에게는 없는 봄이었고
  두 번 다시 함께 오를 수 없는 산을
  망연히 바라다보며 친구는 때로
  영혼에서 자신의 휘파람을 꺼내 듣기도 하였다


  3
  누구나 때가 되면 간다고는 하지만
  너무 일찍 마지막 이사를 해버린 친구의 등 뒤로
  해마다 오월이 오면
  휠체어를 탄 듯한 허연 낮달이 망월동에서 떠올라
  무등산 위 창공을 서성거렸다

  허연 낮달을 알아본 무등산 사찰의 처마 끝 풍경들이
  띠링 띠링 숲속에 신호를 보내면
  숲속 나무들이 새들을 불러 모아
  품고 있던 휘파람을 날개에 실어 날려 보내고
  새들은 
  산중의 높고 낮은 여러 능선에 
  휘파람을 실어 날랐다
 
  무등산 위를 서성거리던 허연 낮달이
  이 능선 저 능선에서 들려오는 함성 같은 휘파람 소리를
  우는 듯 웃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시선은 본능적으로 큰 봉우리를 향하고 있었으나
  우리가 꿈꾸는 건 봉우리가 아닌 
  무등(無等)한 세상이었다

  봉우리도 무등(無等)한 세상도
  서로가 내준 어깨와 어깨들이 기대어 만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완만한 능선에 함께 있었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 홍관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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