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희생자·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정치적 워딩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절대 우리 (4·3사건)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아,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전날인 지난해 3월 8일 제주 유세에서 말한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지난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도 참석했다. 그는 추념식에서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그가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보수정당 출신 당선자나 대통령으로는 처음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국가의 책임과 치유’,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약속했던 때와는 1년 만에, 달라도 너무 달라진 태도다. 

 

대통령실은 4·3 추념식 불참 이유로 ‘해외 순방 준비’, ‘일정상 이유’를 불참 사유로 들었다. 프로야구 개막전에 참석해 시구할 시간은 있고, 4·3 추념식 참석할 시간은 없었느냐는 비판은 당연하다.

 

국민의힘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불참하는 등 여당 고위 지도부가 불참했다. 당내 일정이 많아서라는게 이유다. 제주 4·3 추념식은 매년 정해진 날(4.3)에 하므로 참석하려고 했으면 사전에 조정이 가능하다. 당내 일정 운운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당내 비윤석열계와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4·3 대응과 대비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이번에 제주에서 전당대회 후 첫 공동행동에 나선다. 4·3 희생자들을 추념하고 유족들과도 만났다. 

 

반복하지만, 윤 대통령은 “절대 우리 (4·3사건)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아,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던 그였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관을 보인 김광동을 임명했다. 김광동은 “제주 4·3은 공산주의 세력이 벌인 무장투쟁이자 반란”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표리부동한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4·3 추념식을 앞두고 벌어진 역사 왜곡과 폄훼는 여권이 진원지라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제주를 찾아 “4·3사건이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민이 김일성에 부화뇌동해 이승만 정권의 진압을 자초했다’는 식이다. 아주 악의적이다. 

 

태영호는 4·3단체들의 사과 요구에 “사과할 사람은 김정은”이라며 주장을 거두지 않고 있다. 태영호는 한술 더 떠 “4·3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승만의 공을 기리자고 한다.” 국민의힘이 4.3을 보는 시각이다. 

 

4·3은 1947년 3·1절 제주 기념식장에서 경찰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숨지며 시작됐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 무장봉기를 거쳐 1954년 9월21일까지 무장대와 토벌대 간 충돌, 토벌대 진압 과정 등에서 민간인 3만여 명이 희생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다. 사건은 오랫동안 묻혔다. 2000년 들어서야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의 길이 열렸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국가기념일로 지정함으로써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국가 책임을 인정한 제주 4.3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자 시절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은 ‘그 약속이 아직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4·3에 대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 믿고 싶다. 제주 4·3 항쟁에 대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4·3은 이미 일어난 일뿐 아니라 이제부터 우리가 계승하는 노력 속에서 그 의미가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