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 객원기자

1987년 6월은 온 나라가 혼란스럽고 들끓었다. 대학생, 고등학생, 일반인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함께 모였다. 그해 6월 그 뜨거웠던 가슴 속 불덩이가 어느새 세월에 묻혀 무슨 이유로 그 거리로 내달렸는지 가물가물하다.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교문 밖으로 향하는 여고생들을 체육 선생님께서 제지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문 밖으로 나가길 원했고, 체육 선생님께서도 그들을 막을 수 없는 강한 이유가 존재했기에 막는 시늉으로 자신의 직분을 다 했다.  

길거리 집회는 여러 날 계속되었고 경찰들은 시민, 학생 가리지 않고 최루탄을 쏘았다. 집회 초반 멋모르고 최루탄 매운 연기에 눈물 콧물 쏟으며 며칠을 길거리로 향했다. 각자 최루탄에 대한 준비물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하고 나서야 최루탄의 매운 연기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다. 집에서 치약을 챙겨오기도 하고 랩을 가져와서 얼굴에 랩을 붙이고 콧구멍을 뚫어서 최루탄 연기를 피했었다.

며칠 동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장터에서도 영산포 사거리에서도 길거리 집회를 이어간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영산포 장터에 마련된 연단에서 외치던 김병균 목사님의 피 터지는 절규는 어린 여고생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민주주의라는 불씨를 심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