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그곳은 무료가 아니었다. 텃세와 자릿세 그리고 선배들에게 각종 세금을 지급해야 했다. 그러지 못할 때는 구타를 당해야 했고 외로움과 싸워야만 했다. 세상에는 정말 공짜가 없었다.

 

해병대를 전역하는 사람들을 보면 전역 반지, 전역 앨범, 그리고 부대 기념품 등을 가지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월급은 돈 1만 원도 안 되지만 전역할 때는 퇴직금 대신 이것저것 많이 챙겨준다고 생각했다.

 

“저런 게 갈취 착취 악습이다!”, “대대장 명령으로 모든 금품갈취를 금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처럼 장교와 부사관들의 계속되는 정신교육이나 경고 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병사들 사이의 갈취행위는 계속되었다.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2차 보급품마저도 선임에게 상납해야 하고 갈취한 자들은 새로 받은 군화와 전투복을 전역 복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드라마 ‘야인시대’에 시라소니로 출연했던 배우이자 번역가인 조상구님도 군 생활을 하면서 후임의 군화를 착취하지 못해서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다고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다.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보급 물품이 어느 순간부터 부족해졌고…. 함께 생활하던 후임에게 갈취해야만 하게 되었을까? 

 

그들만의 갈취문화를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미군 부대 근처와 청계천의 만물상회가 흥했던 오래된 시절을 돌아보면 잘 알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우리나라 육해공 군수 물자들을 정말 손쉽게 살 수 있었는데 당연히 국방부 마크가 새겨져 있는 물품들이 즐비해지고 있다.

 

그것 중 방위산업체에서 빠져나온 물품도 있겠지만 군대에서 말하는 일명 행정관, 보급관 등으로 이루어진 부사관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부업 활동’ 때문이었다고 추측된다. 병사들 사이에서 구타와 가혹 행위 그리고 갈취행위를 하지 말라고 입으로는 떠들어 대지만 막상 장교나 부사관들 사에도 명백하게 구타와 가혹 행위와 금품 갈취행위들이 있었다. 

 

월급 100만 원이 고작이었던 부사관들이 소대 회식, 중대 회식, 대대 회식, 부사관 회식, 영외부사관 회식 등으로 한 달에 기본적으로 5번 이상의 회식을 가지고 뒤풀이는 엄청나게 비싼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으로 가곤 했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돈을 각출하고 각출 된 돈으로 또 술을 마시고 그다음 주면 또다시 반복하는 게 일상이었다. 

 

요즘 ’카푸어’라는 말들이 많이 돌고 있는데 그 말은 20여 년 전부터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월 100만 원을 벌면서 자동차에 월 50만 원을 쏟아붓고 후배들을 갈취하던 부사관 선배들은 부대 주변 가게에서 부대 이름으로 외상을 해 먹고 몰래 전역해버리는 바람에 빚쟁이들이 군부대로 쳐들어오는 일들도 다반사였다. 

 

후배 부사관들을 갈취하는 방법도 아주 다양했다. 인터넷으로 물품을 주문한 다음 먼저 결제하면 나중에 돈을 주기로 해놓고 주지 않았던 손창* , 돈을 빌려 쓴 동기와 병사들과 함께 비싼 고깃집에서 식사하고는 계산하지 않고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버린 민웅* 어떤 선배는 후배 이름으로 술집과 중식당 등에서 외상을 해 먹고 전역을 해버렸다.

 

휴가를 나갈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말 ”마음은 가볍게 양손은 무겁게 돌아와라!“ 

 

복귀 선물로 음료수, 잡지, 최신음악 테이프 등을 사 오지 않으면 정말 생활이 힘들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사관이라는 사람들 사이의 그런 문화가 싫고 나는 후배들을 갈취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 누구도 가고 싶어서 하지 않고 세상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가장 격오지 ’소청도’라는 섬으로 자원하여 전출을 가게 되었다.

 

40명도 되지 않는 군인들과 주민은 10가구조차 되지 않던 정말 작은 섬이었기 때문에 섬 내부에는 식당은커녕 구멍가게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낚시와 생선요리를 연구하고 기록하기 시작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그 기록들을 펼쳐 보곤 한다. 저를 요리 기술의 최고의 경지에까지 오르게 해주신 해병 하사관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