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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흘린 땀은 뙤약볕의 몫이었다
너무 좁아 잘 걸을 수 없는 논둑길
우리는 학교 운동장처럼 널따란 길이 좋았다
기찻길 하나 없이 낮게 누운 마을
도무지 적성이 맞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는 희망이 없는 아버지 생애의
일부가 되고 있었다
가뭄이 내리면
우리 식구의 한 해는 저물어
우울한 오두막엔 모기떼가 설쳐대고
뒷산 부엉이 울음소리가 두 뒤 가득 고여
오줌이 마려워도 문밖이 두려웠다
딱지치기에 지쳐 허리를 펴면
어느새 우리보다 키 작은 아버지
왜낫 들고 꼴 베러 가는 나를 보고
당신의 말 없는 두 눈은 불을 뿜지만
아무래도 베는 데는 조선낫보다는 왜낫
허수아비 바빠진 하늘 아래 보름달이 걸리면
가을걷이 즐거움보다 급해진 빚 사정에
마을 입구 새 시대 대폿집에서
키 작은 아버지는 취해 울지만
미국말을 안다는 주모는 우는 사람이 귀찮고
움츠린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시자
겨울이 되었다
봄날도 달밤도 아득히 먼 어느 날
도무지 희망이 없는 세상 같았지만
겨울마저 실어다 버리는 강물 소리에 벌떡
우리는 잠든 세월 밖으로 뛰쳐나와
마을의 어둠과 추위를 삽으로 퍼다 버리며
아버지의 가슴 깊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고스란히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린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홍관희 시집 『사랑 1그램』, <걷는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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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관희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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