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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지면 송제리 송산마을
김덕수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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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호] 승인 2023.02.19  23: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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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뤄 ‘소나무산’ 이름 유래

판소리로 건강도 지키고 화합도 다진 화목한 주민들 대부분은 금성나씨
주민들 발노릇에 안부 확인하는 세지교회와 삼국시대 고분이 있는 마을
   
▲ 송산마을을 둘러싸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저기 보시요! 우리 마을이 젤 1등이여! 소리도 잘하고 화합도 잘해!” 안 기 이장(73세)이 마을회관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인다. 작년 말 전남대학교의 ‘판소리 건강100세’ 졸업사진이다. 작년 한해동안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회관에 모여 준비한 경연에서 밀양아리랑으로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세지면 송제리 1구 송산마을을 둘러싸고 수백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해서 ‘소나무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친척 소개로 스무살에 결혼했다는 김보순(87세) 씨는 “나도 모르게 7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처음 이 마을에 들어올 때만 해도 소나무가 많았는디, 개간해서 과수원이 들어서고 하는 바람에 거의 없어져부렀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고향인 남평읍 오계리나 여기나 논농사를 주로 지어 특별히 다를 게 없었다”며 4남매가 무사히 잘 살기만 바란다는 말을 덧붙인다.
 
마을회관 앞에서 한우를 키우는 김경선(65세) 씨는 “부모님 때부터 40년 넘게 소를 키워 농사짓고 저희들을 키워왔던 삶의 기반”이라며 “퇴비를 이용하기 위해 과수원을 임대했지만 사료값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난달에 12마리를 팔고 18마리만 남았다”는 한숨과 함께 트랙터에 오른다.
 
작년부터 마을 입구에 텃밭을 일구고 있는 정윤채(63세) 씨는 “나주에서 자그마한 사업을 하는데 2년여 후에는 마무리하고 한다”며 “은퇴준비를 위해 알아보다 인연이 돼 자리를 잡고 식구들과 나눠먹을 요량으로 감나무며 앵두나무 등 10여종의 유실수 50주를 심고 마늘과 돼지감자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고 송산마을 사람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 2022년 말 밀양아리랑으로 1등을 차지한 전남대학교 판소리 건강 100세 졸업사진이 마을회관 벽에 걸려 있다.
 
40여년 전 마을에 정착했다는 양윤승(83세) 씨는 “먹고살기 위해 화순군 고향을 떠나 가족들 데리고 여기저기 떠돌다 논밭이 많은 이 마을에 와서 눌러 살기로 맘먹었다”며 “나만 편하자고 하면 더 힘들어지는 게 세상사요. 내가 좀 더 고달픈 게 좋은 거제”라며 웃음짓는다.
 
흰색 반려견 ‘백구’와 함께 산책하던 나광수(69세) 씨는 “건강을 챙기기 위해 5년 전 광주에서 나 혼자 이사왔는디 가래도 없어지고 숨쉬기도 편해졌다”며 “다 좋은디, 마을회관은 여자들 차지라 내 나이 또래 남자들이 모여 함께 할 곳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인접한 영암군 신북면에서 살다 스물한살에 결혼해 송산마을 사람이 됐다는 노귀심(87세) 씨는 “어른들을 정성껏 맘을 다해 모시고 살아 시집살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웃어 보이고는 “논 3마지기로 시작해서 20마지기 넘게 농사지어 아들 넷을 키웠다”며 뿌듯해 한다.
 
부인의 암수술 후 요양을 위해 친척 소개로 7년 전 광주에서 이사온 정길준(65세) 씨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배추며 고추, 파 등으로 먹거리를 마련해 집사람 건강이 매우 좋아졌다”며 “어울릴 젊은 사람들이 없어 정 붙이고 사는데 어려움이 있고 개인택시업을 위해 광주로 출퇴근하는 게 좀 불편하다”는 속마음을 터놓는다.
 
   
▲ 전라남도 기념물 제156호 송제리 고분군이 송산마을 뒤 언덕에 방치돼 있다.
 
2016년 12월에 대한예수교장로회 세지교회에 부임한 전지용(48세) 목사는 “아프시거나 홀로 계신 어르신들의 이웃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며 “대중교통이 불편한 주민들의 발노릇도 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분들께 안부를 확인해 주는 일도 한다”고.. 실제로 정 목사는 “작년에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님을 자녀보다 먼저 가서 수습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세지교회가 송산마을에 자리잡은 건 1986년 5월 22일이다.
 
송산마을엔 전라남도 기념물 제156호인 삼국시대 유적 ‘송제리 고분군’이 있다. 1기는 훼손되고 남아있는 1기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2000년 목포대학교 박물관에서 고분 내부를 조사한 결과, 백제시대 중요한 유적이라는 안내판만이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금성나씨인 송산마을은 한 때 50여 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15가구만이 서로를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마을회관 왼편에 있는 우산각, 송산정에는 ‘지친 자들이여 쉬어가소서’란 글귀와 함께 나익현이 부지를 희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송산정 옆에는 ‘죽산 최씨 흥대 효행비’와 함께 ‘전 조합장 나기범 기적비’와 ‘의학박사 나대성 공적비’가 있다. 2021년 나주향교 전교를 지낸 고광수 씨와 대금 명인 나귀남 씨를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주민들은 ‘비가 오려고 하면 만봉천의 보가 ’우우‘ 하며 울었다’는 이야기며 ‘한밤에 도깨비가 나타나 길안내를 해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안 기 송제리1구 이장 인터뷰

“나만큼 행복한 사람 없을 것!”
 
“54년생 정경순이 없었다면 나는 없었다. 집사람을 존경해요!” 
 
안 기 이장(73세)은 “평생동안 내 곁에서 응원하고 두 딸을 자랑스레 키워냈다”며 “48년을 한결같이 헌신적으로 고생한 집사람과 나는 말 그대로 천생연분”이라고 덧붙인다.
 
“어릴 적 친구들과 물놀이하고 놀던 만봉천은 사기로 된 구슬을 한 주먹 던져도 모두 찾을 수 있었다”는 안 이장은 “메기며 모래무지가 노니는 모습이 훤히 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는디 다도댐을 만들고 나서 물이 탁해졌다”고 옛일을 떠올린다.
 
1973년 논산훈련소를 거쳐 서울의 수도군단에서 병역을 마쳤다는 안 이장은 “화탑이랑 압지 등 인근마을 또래들 40여명과 함께 입영열차를 탔다”며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넘어가는 길목의 ‘516 검문소’와 고척동 검문소의 기억이 또렷하다”고 한다. 군에서 전역한 뒤 체신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울산시 전화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중매로 만난 부인과 1978년에 결혼했다.
 
안 이장은 “순창 출신인 집사람을 저보다도 아버지가 더 맘에 들어했다”고 덧붙인다.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기 위해 광주로 돌아오기 전까지 울산 생활 10여년의 기억 중에서 제피가루를 넣은 도미미역국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해소에 최고였다고..
 
“한 때는 직원을 40명 이상 두고 1년에 집 한 채 살 정도로 사업이 잘 되기도 했지만 순식간에 싹 날아갔다”는 안 이장은 “지금처럼 보험제도만 제대로 있었더라도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직원의 교통사고 보상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있잖아요’하는 두 딸과 부인의 격려에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안 이장은 “세상에 나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끝을 맺는다. 큰 딸은 경찰공무원(경감)으로, 작은 딸은 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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