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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깃발과 나주 동점문 밖 석당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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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호] 승인 2023.02.19  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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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북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인간이 직물 등에 염색해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전이다. 1856년에는 영국의 유기 화학자인 월리엄 헨리 파킨이 합성염료를 발명했다. 합성염료가 발명되기 전까지 천연염료는 약 5000년 가까이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천연염료의 용도는 옷 염색뿐만 아니라 그림, 미용, 그물 염색, 깃발 염색 등 다양하게 이용되었다. 이 중에서 깃발에 사용되는 것은 문양 염색 등 염색에 기술이 필요하고, 햇볕과 비바람 속에서도 색을 유지해야 하므로 특별한 염료와 수준 높은 염색 기술이 필요했다. 
 
깃발에는 수준 높은 염색 기술이 필요하므로 깃발 문화가 발달 된 곳들은 천연염료, 안료 및 염색 기술이 발달 된 곳이라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게다가 깃발은 어떤 사상, 목적 따위를 뚜렷하게 내세우거나 단체 등을 대표하는 표식으로 사용된다는 상징성이 있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에서는 깃발의 이러한 의미와 상징성을 활용하기 위해 2007년에 세계 최초로 전국에 있는 천연염색 공방의 깃발을 나주에서 전시하는 천연염색 깃발 전을 개최하였다. 
 
나주에서는 깃발과 관련된 또 다른 자산이 있다. 그것은 보물 제49호인 ‘나주 동점문 밖 석당간’이다. 당간(幢竿)은 불보살의 위신과 공덕을 선양하는 화려한 장식의 번(幡, 깃발)을 걸어 놓는 것이므로 이것을 빌미 삼아 나주는 과거에도 천연염색이 발달 된 지역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나주 동점문 밖 석당간’을 직접 보거나 사료를 찾아보면 석당간(石幢竿)이라기 보다는 돌 돛대(石檣)이다. 그 이유는 많다. 첫째, 간주를 아무리 봐도 당번(幡)을 거는 장치가 없다. 간주의 상부에는 옥간석과 여의보주가 올려져 있고, 간주 중간에도 깃발(幡)을 달 수 있게끔 되어 있지 않다. 고대 중국에서 가문의 명성을 얻은 사람이 있을 때 세운 돌기둥인 석미간(石楣杆)과도 닮았다.
 
둘째, 사료에는 석장(石檣)으로 표기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나주목 고적조에는 “석장(石檣)은 동문 밖에 있는데, 처음 주(州)를 설치할 때 술자(術者)가 세웠으며 이는 행주(行舟)의 형세를 표시하고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이후 간행된 읍지(邑誌)나 규장각 소장 나주목 지도에는 모두 석장(石檣)으로 표기되어 있다. 1908년 5월 18일자 《대한매일신보》에도 나주 돌 돛대와 석장으로 표기되어 있다. 
 
셋째, 간주가 하나밖에 없다. 당간은 보통 한 쌍으로 세워지는 데 비해 돛대(檣)는 1개만 세워지므로 돌 돛대로 구분된다. 
 
넷째, 절이 없다. 당간은 주로 절에 세워지는데, 절터가 없고, 문헌이나 전설에도 절이 있었다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섯째, 행주형지세(行舟形地勢)의 가운데에 세워져 있다. 금성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학교천(나주천)을 거처 광탄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이 배의 형국이고, 그 가운데에 돛대를 세웠다고 전해진다(대한매일신보. 1908.5.18.).
 
여섯째, 적을 격퇴하는 데 사용했으며, 민간 신앙에 이용했다. 1908년 5월 18일자 《대한매일신보》의 ‘대한고적’이라는 기사에 의하면 “고려시대 나주사록(羅州司錄) 김응덕이 나무로 돛대 모양을 만들어 집집마다 세워두고 죽기를 맹세하고 적(삼별초)으로부터 성을 지키니 적병이 돌 돛대 앞에까지 침입했을 때 뇌성 풍파가 일어나 적이 물러났다.
 
그 후에 그 고을(나주) 사람들이 돌 돛대의 영험함이라 하여 지금도(1908년) 나무로 돛대 형상을 만들어 문 앞에 세워 놓는다”라고 했다. ‘나주 동점문 밖 석당간’의 영험함에 대한 믿음은 1970년대까지도 이어져 석당간 앞에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짐대제라는 제사가 있었고, 신차 구입, 사업 시작 등을 할 때 제를 지내는 문화가 있었다. 
 
짐대제에서 짐대는 진압(鎭壓)하는 장대인 진대가 짐대로 발음되면서 만들어진 용어이므로 ‘불운을 지켜준다’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나주 동점문 밖 석당간’이 깃발과 관련이 없다면 나주 천연염색 홍보 측면에서 아쉬우나 나주읍성을 수호했던 이야기기와 짐대제 문화가 있으므로 그 자체의 역사적 가치 외에 콘텐츠 자원, 나주 공예품 및 조형물 모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값진 가치를 지니는 나주의 유산이다. 
 
   
▲ 나주 동점문밖 석당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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