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옮겨 심은 소나무
잎이 시들하더니 이내 노랗게 뜨고 만다
지나가는 나무박사님 한마디 거든다
소나무가 막걸리 생각이 간절한 모양이네
빨리 한 잔 권하지 않고 뭘 망설이남?
막걸리 한 잔 올리며 발밑을 보니
검은 고무줄에 친친 감겨있다
고무줄을 끊어주고 발가락을 문질러주었다
얼굴에 화색이 돌며 금방 푸릇해진다

깨금발로 한눈팔다가, 주전자의 막걸리는
너덜겅의 철쭉 목구멍으로 흘러가버렸다
철부지고무줄에 친친 감겨있던
아버지의 뿌리는 어찌 고실라지셨을까
소나무처럼 낯빛이라도 바꾸시지...
봉분에 올리는 막걸리에 목이 메인다
 
생살이 쩍쩍 부르튼 논배미의 가슴팍
뻐꾸기 울음에 취한 듯
큰대자로 드러누운 먼 산에
가물가물 송홧가루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