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린 왕자‘를 읽어보았는가? 어린 왕자 ‘사막여우’ 편을 보면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조금씩 길들기를 원하고 있음을 표현해놓았다.

 

소설 어린 왕자를 언급한 이유는 몇몇 오너 셰프와 자영업자들이 자신을 어린 왕자, 손님을 사막여우라 생각하는 것처럼 손님 입맛을 길들이려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각종 조미료에 버무린 음식들과 식후에 제공하는 믹스 커피와 알사탕 등으로 손님을 길들이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되었다. 

 

‘실질적인 가성비’와 더불어 음식은 맛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입맛이 독특하신 분이 고객님으로 방문하셨다면 그분만을 위해 맞춰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내가 정기적으로 모시고 있는 손님을 한 분만 예로 들자면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꼭 방문하시는 나이가 지긋하신 신사분이 계신다. 오실 때마다 불만을 말씀하시고 가셨는데,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나는 한쪽 귀가 어둡고 격심한 사투리는 알아듣지 못한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 내용은 단순했다. “다른 곳에 가면 된장 국물이 나오는데 왜 이곳은 나오지 않느냐?”고 방문하실 때마다 2번이나 말씀하셨단다. 우리 매장은 우동 국물을 따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그런 말쯤은 무시하고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이고 손님께서도 콕 찝어서 “된장국을 주시오”라고 ‘강요’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언제 방문하실지 모르는 그 한 명의 손님을 위해 된장과 도미 껍질을 매일 따로 준비해 둔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방문하시는 날이면 “나 왔네~ 자네도 잘 지냈는가?” 이 말 한마디에 모든 일을 제쳐두고 빠르게 더운물에 된장을 풀어 끓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문하신 음식과 동시에 참돔 된장국을 한 그릇씩 내어 드린다. 이런 것을 ‘손님의 갑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해드린다면 이것은 ‘손님의 갑질’이 아니라 ‘셰프의 솜씨 뽐내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인 경남인 나로서는 그분의 전남 특유의 억양과 구수한 사투리로 인하여 절반 이상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 항상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듯하다. 

 

나를 찾아주는 손님께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드리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몇몇 요리사들은 까다로운 손님을 만나면 인터넷에 푸념하는 글을 올리거나 손님을 욕을 하기도 하는데 사실 직업이 요리사인 사람에게는 그다지 어렵고 힘든 일들은 아니다. 

 

오히려 직업이 요리사인 사람에게는 그저 정말 감사할 일인 것이다.

 

‘손님은 왕이 아니다’ 손님은 우연히 만난 인연이지만 나를 길들여주는 ‘어린 왕자’이고 요리사인 나는 ‘사막여우’인 것이다. 

 

나는 손님께서 다음 주에도 예약을 해주신다면 주말이 지나기도 전부터 신나있을 것이고 다음 달에 또다시 뵙는다면 정말 반가울 것이다. 퇴근하는 길에 만나거나 시장을 보러 가는 길에 인사라도 건네주신다면 나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를 것이다. 

 

나는 손님의 입맛을 길들이려 드는 요리사가 되기보다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길들기를 원하는 ‘사막여우’가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길든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설 어린 왕자 속의 사막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주기를 부탁하지만, 언젠가 어린 왕자가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막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수많은 여우 중에 ‘특별한 여우’가 되고 싶었다.

 

나를 길들여주신 손님들도 하나둘씩 언젠가는 이곳 나주 혁신도시를 떠나겠지만 그들과 함께한 추억과 참신한 레시피는 영원할 것이고 나를 ‘장인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해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 누가 뭐라고 하던 나를 길들여준 손님께 나는 특별한 단 한 명의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길들기를 원하는 ‘사막여우’로 살고 싶다.

 

<셰프의 시크릿 chapter 3. 손님과 친해지는 방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