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 10편은 시서선생님이 68세때(1635 선조13) 읊은 것입니다. 몸이 늙어가고 병들어 감을 생생하게 읊고 있습니다.

인간 생로병사가 인생의 종점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참 관찰력있게 조목조목 신체의 장기와 섭생의 물건을 들어가면서 노래하고 계십니다.

죽어서라도 시선선생을 한번 만나 보고프다 라고 할 정도로 감성이 뛰어나고 세세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판단도 해봅니다.
 
선생은 42세때 금양서원(경현서원)의 오현청액소를 짓고 다음해 금양서원에 온 도내사람들이 모였을 때 선생은 소두가 되어 대궐로 나아갔으며, 48세때 광해군 폐모 사건의 부당함을 초야의 선비로서 한마디 안할 수 없어 상소를 올리고 과거에 대한 꿈을 접고 오로지 고인의 책을 읽는 것을 임무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선생의 학문과 경륜은 널리 알려져 61세 62세 64세 3번 조정에 천거되었으나 병으로 대궐에 절 한번 하지 못하였다. 67세 때인 11월 5일 돌림병에 걸렸으나 나이가 많고 기력이 약하여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나 다행이 다음해 2월에 회복되었다.

호사다마라 자신이 병이 나으니 1636년 11월 아내가 병이 들어 다음해 1월 24에 이별하는 슬픔을 맞이하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를 한번 봅시다. ‘귀가 먹어가는’ 시에서 눈에 번쩍 띠는 단어가 있죠 보입니까 ? 바로 배꽃(梨花)이라는 단어죠

나주가 그냥 단순히 일제하 이후 집단적 배재배로 인한 나주배의 고장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4번의 병든 다리는 돌림병으로 인해 쇠약해진 다리로 문밖 출입도 하지 못하고 봉창 밖의 꽃밭만 눈으로 감상하는 선생이 애처롭습니다.
 
5번부터는 섭생의 장면을 노래하셨는데 식사란 시를 보면 병이 막나아서는 많은 양의 밥을 드시다가 원기를 회복하면서는 조금씩 줄여서 마침내 절반으로 드시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참 밥양이 많으시죠 하루에 한되라 물론 어떤 됫박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7번 술은 응주라는 친구 분이 아마도 보혈 원기회복에 좋은 약술을 가져온 모양입니다.

쇠약해진 몸에 아주 작은 한잔의 술을 먹었는데도 가슴은 콩닥콩닥하고 하늘이 노랗다. 그런데 그 약술은 어떤 술이었을까 무척 궁금합니다.

8번의 백발이란 시는 이 시들이 선생 나이  68세때 지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주는 키워드입니다.

마지막 음식은 우리들이 흔히 하는말이죠 음식이 변했는지 입맛이 변했는지 어릴적 어머님이 해주신 그 음식맛이 오늘 가서 맛보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선생의 유유자적한 삶의 모습을 압축하면서도 술술 느낄 수 있는 시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당시 나주인들의 정감 넘치는 정나눔의 현장을 370년 후에 가슴으로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습니까 ? 시를 감상하시죠

1) 귀먹음(?耳聾 영이롱)
鵑哭梨花月 두견새는 배꽃 달밤에 우는데
聲聲千古怨 소리마다 천고의 원망이로다.
耳聾聞不得 귀가 먹어 들을 수 없으니
深盃强自勸 깊은 술잔을 억지로 들이킬밖에

2) 눈(?目 영목)
欲識眼明暗 눈이 밝은 지를 알고 싶어서
曆書臨夕見 책력을 저녁에 보네
小字亦分明 작은 글자 분명히 보이니
自怪視不眩 아른거리지 않는 눈이 이상하구나

3) 귀와 눈(?耳目 영이목)
象耳目而已 귀와 눈을 닮았을 뿐이지
孰聞孰爲見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가 ?
而外於心知 마음과 지혜의 밖에서
神何有外戰 신명이 어찌 밖의 싸움을 하겠나

4) 병든 다리?病脚 영병각)
兩脚日疲軟 두 다리가 날로 피곤하고 약하니
起立則戰慄 일어나서 서면 떨리네
花園咫尺地 꽃밭이 지척이지만
倚枕空送目 배개에 기대어 그저 눈길을 줄밖에

5) 식사(?食 영식))
臥病初起時 병에 누워 막 일어날 때엔
一日一升食 하루에 한 되를 먹었네
春來漸減損 봄이 되어 점점 줄더니
五合分朝夕 5홉으로 아침저녁을 나누네

6) 아내와 함께(?同室 영동실)
單居食雖多 홀로 살며 식사를 많이 해도
元氣日消縮 원기는 날로 위축되는구나
同室樂有餘 함께 살 땐 즐거움이 넘쳐서
肌肉稍閏澤 살이 조금 윤택했었지

7) 술(?酒 영주)
應疇勸我酒 응주가 나에게 술을 권하며
補血元氣實 피를 보하고 원기가 튼실할 거라나
試吸一小盃 작은 한 잔을 마셔봤더니
氣急亂朱碧 기가 급해지며 노랗게 어지럽네

8) 흰머리(?白髮 영백발)
吾年六十八 내 나이 예순 여덟
不病髮猶白 병들지 않아도 머리가 하얄 것이네
一年連大病 일년에 연이어 큰 병에 걸리니
頭髮無一黑 검은 털이 하나도 없구나

9) 감주(?甘酒 영감주)
往聞梁時獻 옛날에 듣기에 양시헌이는
鄕翁八十三 촌 늙은이로 여든 셋이었네
日食則數合 하루에 식사를 몇 홉을 하고
常服酒以甘 늘 술을 달게 하여 마신다나

10) 음식(?飮食 영음식)
昔時所嗜味 옛날에 즐기던 음식들이
今何爲惡物 지금은 왜 역겹게 되었나 ?
非飮食之惡 마시고 먹는 것이 역겨운 게 아니라
乃口變乎惡 입이 역겹게 변하였네

김종순 문화재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