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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을 벌기 위해 100만 원을 쓰는 요리사심은일 요리연구가
심은일  |  cimdfj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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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5호] 승인 2022.12.19  0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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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일 요리연구가

난 식당 경영자이자 주방 책임자로서 계절이 바뀔 때면 항상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 “실장님 코스트가 너무 높아서 지난달은 적자인데요. ‘제철 생선회 초밥’그거 이번 달은 안 하시면 안 될까요?”전화기 너머로 가게 사장님의 굳은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부탁처럼 들리지만, 경고장을 받은 듯한 긴장감이 생긴 나는 상기된 표정으로 딱 잘라서 말했다. “대표님! 저는 안 팔리고 손해를 보더라도 제철 생선 초밥을 만들고 싶습니다.”누군가 이런 대화를 옆에서 듣기라도 한다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본업이 식당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 팔릴 것을 알면서 왜 내놓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 근처나 본인이 다니는 회사, 학교 근처 초밥집에 가서 식사를 해보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갈 것이다. 모듬초밥이나 점심 특선 메뉴 구성 내용을 보면 광어2, 연어2 그리고 나머지는 냉동제품 또는 김밥() 등으로 채워놓은 초밥 매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냉동되어 입국한 소라, 한치, 가리비 등의 냉동제품들이 해동되어 초밥으로 만들어져서 판매되고 있다.

냉동제품이다 보니 좋은 식감은커녕 언제 다시 얼렸다가 녹였는지도 알 수도 없고 모양은 그럴싸하지만, 맛은 없다. 종종 맛있게 드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요리사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의 입맛에는 분명히 맛이 없다. 난 나를 찾아온 손님께 맛이 없는 것을 차마 드릴 수가 없다. 요즘은 광어와 연어까지 슬라이스 작업 되어 냉동 포장되어온 제품으로 초밥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들까지 나왔다.

중저가 초밥집 중에서 몇 년째 나 홀로 ‘제철 생선’을 고집하지만, 이익은 얼마 되지 않고 항상 파리가 날리는 우리 가게와 비교하면 그저 씁쓸할 뿐이다.

초밥 요리사를 꿈꾸는 많은 사람이 제철 생선 초밥을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거들먹거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진심으로 이야기한다. “아, 그건 써먹을 일은 거의 없을 텐데요.”식당 운영자로서는 100만 원을 투자해서 10만 원도 못 버는 메뉴를 내놓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네 바보 요리사 아저씨’, ‘손해 보며 장사하는 괴짜 요리사’, ‘평생 집도 차도 못 사는 가난뱅이’, ‘죽을 때까지 장가도 못 갈 빚쟁이’등으로 불리지만 나는 자신을 스스로 ‘셰프의 삶’으로 살아가는 몇 안 되는 진정한 요리사라고 자부한다.

‘10만 원을 벌기 위해 100만 원을 쓰는 요리사’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렇게 말이 안 되지만 ‘철마다 계속 제철 생선 초밥을 내놓는 것’바로 이것이 나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날짜와 시간까지 정해서 제철 생선 초밥을 드시러 오시는 손님들이 계시는 이상 난 결코 멈출 수가 없다. 이익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손님께 실망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철 숙성 회의 참맛을 아시는 몇 안 되는 손님들을 위한 나만의 특별한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10만 원을 벌기 위해 100만 원을 쓰는 것”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셰프의 삶’이다.

내가 근무하는 초밥집은 지난 6년 동안 12개월 중에서 6개월 이상이 항상 적자였지만 아직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내가 ‘장사꾼의 삶’을 살지 않고 ‘셰프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몇 분 안 되시는 입맛 까다로운 손님들께 기쁨을 드리는 것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적자인 달은 외식을 적게 하면 된다유니폼을 입고 출·퇴근함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지 않아도 된다. 조리복과 주방 조리화를 하루에 12시간 이상 신고 있으므로 덕분에 10년 넘게 입고 있는 옷도 많고 신발 밑창도 닳지 않았기 때문에 새 구두를 살 필요도 없다. 그 돈으로 더 좋은 식자재를 구매해서 더욱 새롭고 맛있는 메뉴를 만들 수 있는데 외출복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퇴직 후 식당 창업을 생각하는 직장인들께 한 말씀을 드리자면 초라한 복장을 부끄러워한다면 애초에 이 길로 들어서지 않기를 바란다. 초라한 복장보다는 싱싱하지 않은 식자재를 사용하고 냉동제품으로 초밥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더 초라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세상 사람들에게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내가 즐겁고 손님이 기쁘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더욱 행복할 뿐이다. <셰프의 시크릿 chapter 2. 나만이 가진 가치와 테마 발견하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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