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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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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 승인 2003.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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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편집국장
전극만 총단장과 장웅 IOC위원이 이끄는 북한 선수단과 보도진 221명이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0일 오전 9시37분과 45분, 2대의 고려항공 여객기에 나눠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함으로서 대구 U대회가 반쪽대회로 치러질 것이라는 우려는 사라졌으나 노 대통령의 '인공기 유감'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로 58돌을 맞아 남과 북에서 열린 8·15 광복 기념행사는 남측에서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나뉘어서 열렸고, 북측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회'라는 이름으로 남과 북 공동행사로 진행 됐었다.
지난 8월 15일, 북측의 8·15 평양행사는 돌출사건 없이 무사히 끝났으나, 남측에서 있었던 보수단체들의 '건국 55주년 반핵·반김 8·15국민대회' 행사에서는 '인공기 소각'과 '김정일 초상화 소각'이라는 북측을 자극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북측은 지난 1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측에서 일어난 사태를 "극우보수세력의 책동이 미국의 조정과 당국의 묵인"하에 이뤄졌다며, 대구 유니버시아드 불참을 강력하게 시사, "어떤 형태로든 북한이 납득할 수 있게 공식적인 사죄부터 똑똑히 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의 '사죄' 요구에 대해 이튿날인 지난 19일 노무현 대통령은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유감이다"라고 언급, 북한 선수단의 대구 U대회 불참을 번복시켜 참석을 유도, 20일 오후 302명의 응원단까지 대구에 도착함으로서 북측의 U대회 불참이라는 불상사는 막았다.
그러나 '유감 표명'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의 언급으로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북한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리게 된 이번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남북화해협력을 증진하고 북한의 국가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체 강력한 불참통보와 함께 우리측의 사죄를 요구한 것은 실리보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반영한 조치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측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끄떡하면 '몽니'를 부린다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 '유일체제'의 속성상 지도자와 체제를 부정하고 모독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지도자의 권위와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지역에서 치러지는 체육행사에 불참하겠다는 것 역시 그들의 시각으로는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국가와 지도자의 존엄과 권위를 훼손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남측 보수세력의 8·15광복기념행사가 빌미가 돼 발단이 된 북측의 U대회 불참시사와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두고 남측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공방은 남과 북의 오랜 염원인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족동질성 회복의 시작은 상대방 체제와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으로서 남북관계가 적화냐 흡수냐의 제로섬게임의 시대는 진즉 지났으며, 상호이득이 되는 공존공영과 화해협력의 포지티브섬게임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즉 남과 북의 관계가 이제는 상대를 부정하는데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자폐적 정의관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감 표명'은 적절한 대응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일부 보수세력이 반발하는 정치적 부담과 색깔시비를 떠안더라도 남북관계의 큰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고비에서 모양새에만 얽매이지 않겠다는 평소 그의 일관된 대북 철학으로 보인다.
남북이 다른 체제에서 50년 이상을 지내다보니 서로 다른 생각과 사회적 특성을 갖게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점차 좁혀 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북측도 이번의 사태를 계기로 남한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한다.
남한 사회는 북측과 달리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실정법을 어기지 않는 이상 정부가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도 입장을 바꿔 북한의 평양 한 복판에서 태극기가 찢기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불태워졌을 때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에 그냥 참가한다면 우리나라 언론이나 야당, 아니 대다수 국민들이 가만있었겠는가.
노 대통령이 서둘러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의 참여를 촉구한 것은 남북화해협력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의 사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
작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 이어 다시 대구를 찾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게 작년처럼 아름다운 민족의 화합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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