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공급하는 쪽의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영국의 이라크 '침공' 뉴스를 살펴보면 CNN 같은 서방 언론과 알 자지라 같은 아랍권 언론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 알 수 있다.

당장 우리 신문들도 '이라크 전쟁/이라크 침공/미국, 이라크 침공/이라크 침략'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하면서 독자들에게 자기 신문의 시각대로 따라올 것을 은근히 '강요'한다.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도 공급자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말이다. 이 말은 우리말이 아니다. 일본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왜 일본말인지를 살펴보자면, 이러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 특사를 보내면 일본은 '한국 특사'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그냥 '특사'로 부르면 된다.

이때 '한국'을 붙이면 더 이상하다('정부는 일본에 한국특사를 보냈다?'). 예를 하나 더 들면, 일본인들이야 '노무현 한국대통령'이라고 부르겠지만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국 사람이라면 '통신사' 앞에 꼬박꼬박 '조선'이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니, 붙이면 되레 이상한 것이다(물론 일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붙여야 한다).

중국에 보내던 사신인 '성절사(聖節使:중국 황제나 황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보내던 사절)'나 천추사(千秋使: 조선시대에 중국 황제·황후·황태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보내던 사신)', 그리고 '수신사(修信使:'통신사'의 바뀐 이름)' 앞에는 전혀 '조선'을 붙이지 않으면서 '통신사' 앞에만 '조선'을 붙이는 건 형평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부산바다축제 전야제 행사 가운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이란 것이 있었고, 이에 앞서 부산시청에서 열린 행사 이름은 '조선통신사 학술심포지엄'이었다.

아마 국제행사여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라는 사단법인 이름도 아마 사업 영역이 국제적이어서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