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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요리연구가 심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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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호] 승인 2022.11.21  1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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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연구가 심은일

“3번, 9, 15, 27, 복도로 나가 엎드려뻗쳐!“ ”하나 둘 셋 넷.“ 출석부 모서리로 뒤통수를 맞을 때는 눈앞이 번쩍번쩍했다.

“학비를 안 냈으면 학교를 나오지를 마! 거지새끼들아!“ ”무식한 것들이 애새끼를 더럽게 많이 싸질러서! 사람 골치 아프게 한다니깐!

”어이~ 니는 부모님이랑 연락이 안 되면 보육원으로 가야지 뭐 한다고 학교는 나오노?

학비를 낼 때까지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 나가서 매일 꿇어앉아 있어야 했었는데 당시에는 ‘IMF 시절’이라 복도에는 제법 많은 학생이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20년이 훨씬 지났고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게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가끔 ‘악몽’에서 시달리다 새벽녘에 잠에서 깨곤 한다‘

오토바이 절도 사건, 유급한 복학생의 주변 여중생 강간 사건 등등 입에 차마 담지도 못할 범죄를 저지른 부잣집 학생들은 오히려 선도한다는 이유로 감싸주고 사건을 무모화 시켜주기 바빴다. 반면에 학비가 밀린 학생들은 학교 운영을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체벌‘이 아닌 마구잡이식의 각종 폭언과 폭행을 당해야만 했었다.

’그때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막막하고 암담하기만 하다.

외항선 선원 생활, 해병대에서의 군 생활에 비교해 보았을 때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외롭고 힘들었다. 문민정부가 시작된 지 5년이나 지났고 여당과 야당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던 시절이었지만 군사정권 때에 교편을 잡았던 선생님 중에는 아직도 그들의 폭언과 폭력을 당연한 교권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60~70년에는 모두가 힘들고 배고팠던 시절이라고 말한다면 80~90년에는 “선생질 10년이면 집도 사고 차도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단편적인 예로 추석, 크리스마스, 연말, 스승의 날이면 교탁에 진열하듯이 교탁 위에는 학부모님들이 선물들이 가득했고 현금 또는 백화점 상품권을 끼워 넣어 보내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선물의 값어치에 따라서 학생들을 대하는 것 또한 달랐다.

하지만 그들도 ‘선생님’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고 ‘직장인’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에서야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얼마나 나이를 더 먹어야 그들을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요즘 학생들은 불량하다.‘’어떻게 선생한테 그럴 수 있냐?‘라는 말이 간혹 들릴 때마다 나는 코웃음을 친다.

‘스승의 은혜’라는 말이 가장 가소롭기 그지없다. 그것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서 목숨을 걸고 우리의 말과 글을 몰래 가르쳐 주셨던 분들에게나 어울릴만한 말이다.

그들은 그저 월급쟁이 공무원이다, 사립학교에 기탁금을 내고 근무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한 가정의 가장일 뿐이다.

가난한 아이들을 본보기로 구타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학부모들에게 돈을 뜯어내던 ‘깡패, 양아치’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중학생 시절 보았던 선생님들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 훌륭하신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하지만 극소수의 훌륭한 선생님들을 기준으로 삼아 ‘선생’이라는 직업을 미화하거나 극소수의 몰지각한 선생님들을 기준으로 삼아서 ‘선생’이라는 직업을 비하해서는 안 될 테니 말이다.

지난 10월에는 8월에 출간한 ‘셰프의 시크릿’을 읽으신 나의 모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주셨다. 내용은 ‘같은 재단의 교사로서 작가님이 청소년 시절에 겪은 아픔에 대해 교사들을 대표해서 죄송하다’라는 것이었다. 나 역시 ‘용기 내 이렇게 메일을 보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고맙다’라는 말을 전했다. 반 오십 년 만에 받은 첫 사과의 메시지였다

그날 이후 나는 악몽을 꾸지 않는다. 지금 이시간에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80~00년대에 학대당하며 학창 시절을 보내신 분들께 잠시나마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 교사분들과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방임하며 꿋꿋하게 잘 참고 자리를 지켜주신 동료 선생님들도 모두 마음고생도 많았고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한다.

“용서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교권이 떨어졌다‘, ‘학생들이 문제다’등의 말을 들먹이며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선생님의 탈을 쓴 짐승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때문에, 우리는 모두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에 맺혀있는 지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며 지금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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